化 粧
여인네의 화장(化粧)이란 말은 개화기 이후 일본에서 유래된 말이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자면 ‘화장’의 어휘도 없애야 한다.
원래의 우리 말은 단장(端裝)이다. 몸 치장과 옷 치장을 통틀어 일컬는다. 여기에 육감적인 몸 치장을 담장(淡粧)이라 하였고 이보다 색채를 곁들이는 것을 농장(濃粧), 더 요염한 치장을 염장(艶粧)이라고 했다. 이리하여 신부의 얼굴 치장을 응장(凝粧)이라고 하였는데, 몸치장의 성장(盛粧)을 복합하여 ‘응장성식’이라고 했다.
단장은 남자들도 하지만 특히 여자들은 원시시대부터 시작된 본능적 장식문화다. 상고시대에 나오는 쑥과 마늘은 먹을거리이면서 단장의 재료이기도 했다. 쑥을 달인 물에 목욕하면 피부가 고와지고, 짓찧은 마늘을 물에 풀어 얼굴에 골고루 바른뒤 씻어내면 잡티나 기미 주근깨 등을 없애는 것은 상고시대의 단장법이었다.
여인네들의 단장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거듭하면서 발달하였지만, 그 주성분은 자연 식물이었다. 지금의 할머니들이 소녀시절에 봉숭아 꽃을 손끝에 물들인 단장법은 자연요법의 매니큐어였다.
‘동동크림’은 화학성분의 화장품으로는 원시적인 것이었다. 그 옛날 등에 짊어진 북을 발로 연결된 줄을 통해 퉁퉁치면서 길바닥에서 팔았던 ‘동동크림’은 처녀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지금은 화공학적 화장품이 발달해도 꽤나 발달하여 현대 여성들은 화장품 속에 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여성들의 화장을 이단시하는 곳이 있다. ‘눈과 입술을 인위적으로 진하게 그리고 다니는 것은 도덕적으로 몰상식한 현상이다’라며 짙은 화장을 이단시했다. 평양에서 발행되는 ‘월간 조선여성’ 10월호에 나온 내용이다.
중국과 남쪽이 많이 왕래하면서 나타난 북측 여성 화장의 변화에 ‘우리식 사회주의’ 의식의 붕괴를 우려한 경고인 것 같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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