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경기 문화계 진단/경기도문화의전당

공연은 ‘풍년찬가’ 전시는 ‘2% 부족’

올해 도내 공연장 중 가장 주목받았던 곳은 뭐니뭐니 해도 경기도 문화의 전당(이하 전당)이다. 시·군 단위가 아닌 경기지역을 아우른다는 점은 매년 변함 없지만 이보다는 과거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에서 법인 체제로의 변화 이후 1년이란 기간이 지났기에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당은 2005년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면 그 가능성이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했느냐는 문제에 있어선 좀 더 심사숙고할 수 밖에 없다. 올 한해 전당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았다.

◇지역 공연장에 불러 일으킨 창작 바람

지난 5월 국립극장에는 전당이 제작한 공연 한편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려 들었다. 태권도 넌버벌퍼포먼스를 지향한 ‘더 문’이 그 주인공으로 러시아의 유명 연출가 및 팀 등이 참여해 화제가 됐다. 무엇보다 지역 공연장이 감히(?) 서울 한 복판에서 세계를 겨냥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소리쳤으니 관심을 끌 수 밖에….

실상 전당이 공연 제작에 뛰어든 건 이 보다 1년여 전부터다. 국립극장, 연희단거리패, 동춘곡예예술단 등과 공동 작업해 지난해 8~9월 수원과 서울을 오갔던 서커스 악극 ‘곡예사의 첫 사랑’이 그것이다. 이후 지난 2월 어린이뮤지컬 ‘신데렐라, 신데룰라 이야기’로 본격적인 작품 개발에 나섰다. 전당의 이같은 노력은 도내 다른 공연장으로까지 영향을 끼쳤다. 물론 나름의 계획대로, 시대의 흐름상 창작 조류에 끼어든 농후가 짙지만 전당이 경기도를 대표하는 공연장으로 간접적이나마 창작의 바람 몰이를 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문화와 예술, 그리고 교육과 복지의 접목

전당은 3년여 전부터 문화와 예술을 통한 다양한 가치를 두는데 중점을 뒀다. 프로젝트로는 소외 지역을 찾아가 공연을 펼치는 ‘모세혈관 문화운동’을 필두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학교를 찾아가 예술교육을 실시하는 ‘멘토 프로그램’, 문화바캉스의 개념에서 비롯돼 각 지역 어려운 이웃들을 전당으로 초청하는 ‘사랑의 문화나들이’ 등이 있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리고 최근에는 ‘홍사종의 재미있는 연극이야기’와 ‘눈으로 읽는 수능대비 고전명작 시리즈’ 등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렉처테인먼트(Lecture-tainment)를 표방하는 ‘… 재미있는 연극이야기’는 연극을 통해 삶의 회고를 전하는 강의가 따르며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인 ‘… 고전명작 시리즈’는 말 그대로 고전의 명작을 무대에 펼쳐 보인다. 이들 아이템들의 공통분모는 바로 문화와 예술이며 그들이 추구하는 분자는 ‘플러스 알파’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외국 아티스트 초청 등 활발했던 국제교류

지난해 12월 경기도립극단은 최초로 외국인에게 예술감독을 맡겼다. 도중하차 소식에 안타까움이 남지만 이를 시발로 전당에는 거시적 차원의 국제교류가 활발했다.

‘더 문’의 빅토르 크라메르팀을 비롯, 오리지널 ‘검찰관’팀 및 극단의 ‘결혼’을 연출한 발레리 포킨 등 특히 러시아 출신 유명인사들이 즐비했다. 상대적으로 쉽게 접할 수 없던 러시아 연극을 만났다는 점에선 반가웠으나 다채로움이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당이 위탁, 운영하는 도립예술단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흘렀다. 특히 오케스트라의 경우 호주, 미국, 독일 등 여러 나라 아티스트들과 호흡을 맞춰 가시적 성과를 나타냈다. 지난 6월 ‘교향악 축제’에서의 호평이 이를 말해준다. 이밖에 도립무용단은 중국 안무가 마위에와 무용수 양양 등과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지난해 초연했던 ‘꿈, 꿈이었으니’를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앞으로의 과제

공연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사업 전개가 빛을 보았다면 전시 관련 분야는 찬밥을 면치 못했다. 전당이 공연에 비중을 둘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나 엄연히 전시장 두곳을 갖춘 점을 상기하면 복합 문화공간 기능은 2% 이상 모자랐다.

지역 예술인과의 소통 부족도 끊임없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예술인들은 대관과 관련,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당이 소위 말하는 ‘노른자’를 독식하고 있다는 게 이같은 목소리의 골자다.

이에 대해 전당 관계자는 “좋은 작품을 위해 관리인으로서 먼저 계획을 잡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도 문화의 전당이면서 동시에 수원에 자리를 잡은만큼 주변 예술인들과 보다 깊은 상생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관객 고려 또한 마찬가지다. 전당은 지난달 9일 국악계의 거장 김영동씨가 도립국악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첫 정기연주회 지휘봉을 국립국악원으로 넘겼다. 오는 14일 기획연주회도 마찬가지다. 이때문에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단체가 예술감독 교체 후 공연을 내리 서울에서 여는데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감독을 보고 싶어 하는 지역 주민들에겐 적잖은 실망감을 안기는 대목이기도 하다.

몇가지 과제를 보완한다면 현재 전당의 변화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그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내년은 이를 성공으로 거둬 들일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변화의 축이었던 홍사종 사장의 임기 만료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무진들간 열정이 계속되고 화합이 보태진다면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