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아들 제리는 아버지에겐 애물단지다. 히피 흉내나 내고 좀도둑질까지 한다. 이런 제리가 돈을 벌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아일랜드 시골을 떠나 런던으로 갔다.

그런데 천만 뜻밖으로 어느 식당에서 일어난 폭발사건 용의자로 체포된다. 혼자만이 아니다. 시골의 부모 등 가족이 폭탄 제조의 테러리스트 조직원으로 몰려 15~30년의 징역형을 받는다. 범인이 아니라는 물증도, 알리바이도 제시했지만 영국의 공권력은 위압으로 거짓 자백을 받아냈다. 영국의 아일랜드 탄압 정책의 일환인 것이다.

아들의 눈에 비친 교도소에서의 아버지는 경이적이었다. 모범수이면서도 무저항 반항으로 무죄를 확신하며 아들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모습이 잔소리나 하는 권위주의자로만 보았던 예전의 아버지와는 판이했다. 부자 간에 대화가 없던 그들에게 가장 많은 대화가 있었던 것도 이 때였다.

마침내 정의로운 여변호사의 끈기있는 추적으로 제리는 무죄를 확정받지만 이미 아버지는 옥중에서 세상을 떠난 뒤다. 평소에 우습게 보았던 아버지의 위대한 면을 보게된 아들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이 정의를 되찾는 길이라며 사회에 떨쳐 나선다.

1994년도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차지한 캐나다 출신 짐 쉐리던 감독의 ‘아버지의 이름으로’란 영화 내용이다. 엠마 톰슨이 아버지,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아들역을 맡은 이 영화는 1975년에 영국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가족간의 대화가 예전같지 않고 많이 단절된 세태다. 이런 가운데 특히 부자 간의 대화는 거의 없다시피 돼 간다. 가정생활, 사회생활의 변화가 이렇게 만들고 있다.

어느 보도에 의하면 연세리더스클럽이 연세대 재학생 3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아버지와 대화를 갖는 시간이 하루에 5분도 안되는 수가 50%를 넘어 선다고 한다. 고민이 되는 문제를 상담하는 상대 또한 어머니는 64%인데 비해 아버지는 11%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는 서로의 이해를 촉진시킨다. 대화는 아들의 자랑스런 점, 아버지의 장한 점을 발견하게 해준다. 기왕이면 제리의 부자처럼 사후가 아닌 아버지 생전에 아들과의 대화 시간을 많이 갖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가정의 행복이라는 생각을 해본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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