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브로커의 검찰수사

‘판·검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수사 대상이 된 기업체 등 세 곳으로부터 수 억원을 받은 혐의가 밝혀졌다’ ‘H건설 청탁수사와 관련해 경찰청 특수수사과 일부 경찰관의 계좌에 뭉칫돈이 입금된 사실을 포착해 대가성 여부를 수사 중이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로 구속 위기에 몰린 현장소장 구명을 위한 로비자금으로 수 억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경무관 이상 승진 대상자의 인사 청탁 한 건에 2억원 이상이 건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은 이른바 정·관계 로비의 거물 법조 브로커로 불리는 윤상림씨(53·지리산스위스관광호텔회장)에 대한 검찰수사의 혐의 내용 중 몇 가지다. 그런데 검찰수사는 3주 째 접어들도록 변죽만 울릴 뿐 실체 규명은 영 지지부진하다. 윤씨는 카지노업체인 강원랜드에서 사용한 83억원 상당의 수표 출처도 추적조사를 받고 있다. 체포될 당시 압수된 수첩에는 수 백명의 정·관계 거물급 인사 명단이 전화번호와 함께 빽빽이 적혀있는 것이 발견됐다.

검찰의 조사를 받으면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측 말에 의하면 ‘태도가 비협조적이고 불손하다’는 것이다. 윤씨는 검찰에서 “경찰서장들이 나를 만나기 위해 줄을 섰지만 (서장은) 급수가 낮아 내가 잘 상대해주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만이 아니다. “나는 아무리 (수사를 하여) 벗기고 벗겨도 드러나지 않는 양파와 같다”고도 했다. “내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 수많은 사람이 다친다”고도 말했다.

평소 유력인사의 혼사가 있으면 축의금으로 내놓은 돈이 자그마치 5천만원일만큼 거물 브로커다운 인맥 관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입을 여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은 재앙의 연속일 지 모른다.

그래도 그렇지 지지부진한 검찰수사가 이상하다. 수사에 어려움이 있는 것인 지, 다칠 사람이 많아서 처리에 어려움이 있는 것인 지 도시 이해가 안 된다. 덮어둘 수도 터뜨릴 수도 없어서 고심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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