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는 언제부터인가 군살을 빼고
뼈대로만 남아 우드득 소리를 냈다.
관절들을 하얗게 드러내고
겨울나무는 곧잘 너털웃음 소리를 냈다.
안으로 파고드는 한기에도
늑골 사이로 빠져나오는 온기를 감싸며
바람이 불 때마다 소리를 내는
겨울나무 흰 뼈대들을 바라보며,
한 그루 겨울나무로 다가섰다.
겨울나무를 닮은 노인들이
납작 엎드린 가랑잎새를 밟고
그들의 융성하던 날을 말할 때도
겨울나무는 웃음소리를 냈다.
얼어붙는 손으로
차디찬 허공을 움켜쥔 채
온몸을 뒤척이는 겨울나무에서
아버지 헛기침 소리를 듣고
아버지 연세보다 많을 겨울나무
허리 굽은 근골에 손을 얹자
나무의 혈맥들이 내 심장으로 뛰어왔다.
<시인 약력> 경기 안성 출생(1945년) / ‘문예비전’으로 등단 / 시집 ‘바람은 능선 위 구름을 쓸고’ / 문비문학동인회 회장 / 현재 성남 늘푸른중학교 교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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