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요 순위를 선정하는 절차가 꽤나 복잡했다. 말로는 시청자의 투표에 의해 시청자가 뽑는다고 했다. 시청자의 표수를 산정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변수가 있다. 디스크 시장 점유율 조사가 포함되는 데 이의 조사가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다. 더 큰 변수가 또 있다. 방송사 가요 담당팀이 구성한 자체 ‘위원회’에서 위원들이 선정한 한 표는 전문가라는 구실로 시청자의 한 표보다 몇 십배나 더 많게 환산됐다. 이러다 보니 방송사가 발표하는 인기 순위가 이상하다는 시청자들의 의문이 빗발치곤 했다. 이런 텔레비전 가요 프로그램이 지금은 없어진 건 당연하다.
텔레비전 방송의 ‘10대가수 가요제’가 해마다 있어왔다. ‘10대가수’에 드는 것은 가수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해의 ‘가수왕’이 되면 밤무대 출연료가 껑충 뛰곤했다. 노래 한 곡으로 ‘가수왕’ 자리에 오른 가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10대가수’ 행사의 권위가 이젠 위협받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SG워너비가 한 번도 출연하지 않은 방송사에서 주는 상을 받을 수 없다며 수상 거부를 선언한 데 이어 보아, 윤도현, 동방신기 등 네팀이 불참하겠다고 밝혀와 MBC는 올 10대가수 가요제를 취소했다’는 것이다. MBC측은 SG워너비의 출연은 없었지만 앨범 등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공정하게 조사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국내 가요의 연말을 결산하는 흥행에는 결국 실패했다.
수상 거부의 이유가 어떻든 간에 감히 텔레비전 방송에서 주겠다는 상을 가수가 거부하는 것은 놀라운 변화다. 이는 한류 열풍으로 스타급 가수들의 위상이 높아진데다가 가요팬들은 인터넷을 통해 마음대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가수나 가수가 소속된 프로덕션이 방송사 관계자들의 눈치를 봐야했던 게 이제는 달라져가는 추세가 됐다. 물론 모든 가수가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조짐이 괜찮다. 영향력 높은 가수를 둔 프로덕션의 눈치를 되레 방송사가 살펴야 하는 지상파의 변화는 시장주의가 제대로 형성돼가는 것으로 보아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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