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영물(靈物)이라고 한다. 주인 가족들을 알아 보고 따르는 모습을 보면 그렇기는 하다. 주인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엔진 소리를 구별할 줄 안다거나 아파트 15층에 사는 애완견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주인의 기척을 알아차리고 문쪽을 바라보며 짖는 모습은 신기하다. 우리나라 민속·설화에 나오는 개들의 행적이 꾸며낸 얘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준다.
경상북도 선산군 도개면 신림동, 평안남도 용강군 귀성면 토성리, 평양 선교리, 충청남도 부여군 홍산면 북촌리, 전남 승주군 낙안읍 교촌리, 전북 임실군 둔남면 오수리 등에 남아 있는 의구총(義狗塚)·의구비(義狗碑)·의견비(義犬碑)가 개를 인간과 상통하는 영감적인 동물로 본 증거다. 이들 개는 화재로 부터 주인을 구하고 대신 죽었다는 설화가 전해 온다.
고려 충렬왕 8년(1282)에는 개성의 진고개에서 개가 사고무친의 눈먼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밥을 얻어 먹이고 물을 먹여 키워 관청에서 개에 벼슬을 내리고 그 충직함을 기렸다고 한다. 전생에 사람이었던 여인이 개로 환생했다는 설화도 전한다. 옛날 경주 고을에 아들 딸 두 자식을 키워 시집·장가 보내느라 먹을 것도 못 먹고 고생을 일삼다가 죽은 최씨댁 과부가 개로 환생하여 자식들의 집을 지키며 살았다. 어느 날 한 중이 와서 그 개는 바로 당신의 어머니가 환생한 것이니 잘 먹이고 유람을 시켜 주라고 하였다. 팔도유람을 마치고 경주집에 돌아오는 도중에 어느 장소에 도착하자 그 개는 발로 땅을 헤치면서 그 자리에서 죽었다. 사람들이 그 곳에 개를 묻었는데, 그 무덤의 발복(發福)으로 최씨집이 자자손손 부귀와 영화를 누렸다고 한다. 또 조선시대 중종 때의 전라감사 정엄(鄭掩)은 통신업무에 토종개를 이용하여 막대한 통신비를 절약했다고 전해 온다.
개는 십이지(十二支) 동물 가운데 11번째 지킴이로 사람과 가장 가깝고 사랑 받는 동반자로 인식돼 왔다. 개는 우리 조상에게 잡귀와 액운을 물리쳐 집안의 행복을 지켜주는 동물로 인식돼 왔다. 나쁜 액을 막기 위해 집 대문이나 광문에 붙이는 문배도(門排圖)에도 개를 그려 넣었고, 작게 접을 수 있는 종이에 그린 개는 몸의 안전을 위한 부적으로 가지고 다녔다. 2006년 병술년 개띠해가 기다려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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