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일의 소망

서울 견지동 우정국로에 ‘아기 예수님 탄생을 축하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조계사가 건 성탄 축하 메시지다. 조계사 경내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됐다. 대구시 봉덕동 관음사에서도 산타 모자를 쓴 스님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었다. 보도사진에 나타난 산타모 스님들의 미소가 무척이나 해맑아 보였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성탄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예수의 탄생은 우리들에게 사랑과 평화를 가르쳤다”며 “이는 부처가 가르친 지혜와 자비의 실천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주교에서 석가 탄신을 기리는 석탄일에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한 적이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성철 스님이 해인사에서 열반했을 때 정중한 조의를 표했었다.

종교마다 의식(儀式)과 교리(敎理)가 다르다. 문화의 충돌은 대부분이 종교간의 충돌이다. 중동분쟁도 이에 속한다. 이런 가운데 보여주는 성탄일, 석탄일의 상호 축하 메시지는 보기에 참 좋다.

‘기쁘도다 성은이 가득찬 마리아 / 주님과 함께 하시도다 / 당신께서는 여자들 중에서 축복받으시고 / 태내의 아기 예수님도 축복받으시도다…’ 이는 성모 마리아를 찬미하는 ‘천사축사’(天使祝詞)의 첫 머리다. 예수(Jesus)는 히브리어로 ‘신께서 구원하신다’는 뜻을 가졌다. 그리스도(Christ)는 ‘구세주’ ‘왕’의 의미가 담긴 최고 호칭이다.

예수는 서른살 때 까지 나자렛에서 양부 요셉을 도우며 목수일을 하다가 신의 계시로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팔레스티나 각지를 돌며 백성들을 일깨우고 이적을 창조하곤 했다. 이윽고 바리세인들에게 국사범으로 잡혀 골고다의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지 사흘만에 부활,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감람산에서 승천하셨다. 예수의 공생애 3년은 인류 구원의 고행이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를 이룩하는 크리스마스는 어제로 지났지만 그 소망은 영원한 인류의 소망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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