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엔 / 노을 지는 붉은 바다 속에 / 시름을 모두 잠재웠다 // 미움도 설움도 절망도 떠나 보냈다 // 그리움처럼 함박눈 쌓이는 밤 / 꿈을 꾸었다 / 은하수 강변에 살고 있는 / 견우성(牽牛星), 직녀성(織女星)을 만났다 // 백마들을 앞세우고 / 봉황, 공작과 함께 / 오작교를 건너오고 있었다 // 춤 추는 나무들, / 노래하며 꽃들이 / 견우, 직녀를 에워싸고 있었다 // 오늘 새벽 / 하늘門이 열리며 / 산천초목이 탄생하고 / 도도히 강물이 흘러왔다 // 어제여, 잘 갔느냐, / 반갑다, 오늘아, / 기다려라, 내일이여 // 오늘 아침에는 / 세상이 싱그럽다 / 사람들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2006년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문단의 말석에 있는 지지대子가 오래 전에 쓴 졸시 ‘오늘 아침처럼’이 생각나서 옮겨 적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새해를 맞이하면 새로운 다짐을 합니다. 어제 저녁에 미움도 설움도 절망도 모두 노을 지는 바다에 던졌으므로 아침 태양처럼 떠오른 희망만이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싱그럽습니다.
종교계 지도자들의 신년사가 떠오릅니다. “ 이 밝고 아름다운 새 아침 진실된 마음으로 발원합시다. 슬픔과 아픔을 여의고 누구나 다 행복해지도록 행복의 씨앗을 심읍시다. 분별하고 차별하는 마음을 버리고 평등한 세상이 되도록 평등의 씨앗을 심읍시다. 무명의 번뇌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도록 정진하는 씨앗을 마음 모아 심읍시다.” 진각종 혜일 총인의 신년 메시지 입니다. “ 우리는 불공의 정신을 크게 일깨워서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을 살려내야 합니다. 사람은 물론 물도 살리고, 땅도 살리고, 공기도 살리고, 금수초목도 살리고, 미물곤충, 미생물까지도 모두 살려내야 합니다. 개인도 살리고, 국가도 살리고, 기업도 살려내야 합니다. 이 모두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은혜가 됩니다.” 원불교 이광정 종법사의 말씀입니다.
“올해는 힘 있는 분들이 그 힘을 자제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분들이 소외되는 일이 없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천도교 한광도 교령의 기원입니다. “편견이 사람을 해친다”는 조계종 법전 종정의 신년사는 올바로 가야 할 길을 일러 줍니다. 미생물까지도 살리기 위한 사람들이 날마다 눈부시게 아름답게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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