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최악의 기상이변의 해”라는 기후학자들의 주장은 한반도에서도 잦은 폭설과 강추위로 입증됐다. 지난 초겨울 10여일 동안 호남·서해안 지역에 시간당 최고 12㎝의 폭설이 쏟아졌고 전국 곳곳에 대설경보 또는 대설주의보가 내렸다. 호남, 충청 지역은 특히 폭설로 피해가 막심했다. 전국 대부분이 영하 10 ~ 20도의 매서운 날씨를 보였다.
기상청은 북반구 고위도 지역에 예년보다 크게 발달한 고기압이 폭설과 강추위의 주요 원인이라고 꼽았다. 해마다 겨울이면 “바이칼호 주변에서 발달한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로 접근하면서 …”로 시작되는 일기예보대로 한파가 몰려 왔다.
북극에서 영하 45도의 찬 공기주머니가 한반도 상공으로 내려와 전국을 한동안 꽁공 얼려 놓았다. ‘15한(寒) 0온(溫)’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인간은 추위에도 적응하는 동물이지만 환경에 따라 다르다. 인도에선 지난해 12월 중순 “영상 3도의 살인적인 한파의 습격으로 1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됐지만, 시베리아에선 영하 20도는 추위도 아니어서 해만 뜨면 어린이들이 길가에서 뛰논다.
1960년 8월 24일 남극 대륙의 러시아 실험 기지인 보스토크(해발 3488m)에선 영하 88.3도가 관측됐고, 시베리아 동부의 베르호안스크 주변은 영하 68도였다.
그러나 한반도의 겨울 추위는 삼한사온이 존재해 견딜만 하다. 오늘이 24절기의 하나인 ‘소한(小寒)’이지만 지난 12월 중순처럼 그렇게 춥지는 않다. 절후의 이름으로 보아 ‘대한’ 때가 가장 추운 것으로 되어 있으나 우리나라에선 소한 때가 가장 추웠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 ,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라도 한다’는 속담이 나온 연유다. 옛날의 중국 사람들은 소한으로부터 대한까지의 15일 간의 기간을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에는기러기가 북으로 돌아가고, 중후에는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하며, 말후에는 꿩이 운다고 하였다.
소한은 동지(冬至)와 대한 사이에 있다. 태양이 황경 285도의 위치에 있을 때이다. 입춘이 멀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은 한해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동지만 지나면 봄이 왔다고 생각한다. 일년 365일 중 가장 춥다는 소한을 녹여줄 온정이 그리워진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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