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사막화

지구의 사막화는 이제 더 이상 ‘잠재적인 위협’이 아니다. 이미 100여 개국 이상 전세계 인구 5분의 1인 12억 명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고, 1억3천500만여 명이 물을 찾아 당장 고향을 떠나야 할 판이다. 지표면의 41%를 잠식한 건조지대는 지금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중이다.

영국 BBC는 매년 지구상의 토지 1천만 헥타르가 사막화하고 있으며, 농경지 3분의 2가 사막화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적으로 2억5천만여 명이 직접 피해를 입고 있으며, 매년 42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데, 과거 농작이 가능했던 52억 헥타르의 건조지대 가운데 약 70%가 생산기능을 상실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구 사막화의 주요 원인은 물론 인간이다. 과잉 방목, 삼림 파괴, 토지를 혹사시키는 집약 경작, 관개시설 빈약 등이 토지 황폐화의 주범이다. 수요 증가에 따라 급증한 방목 가축들이 땅 위의 풀들을 모두 먹어 치우고, 남아 있는 삼림은 땔감용으로 뿌리째 남벌되는 바람에 토질이 점점 나빠져 급기야는 쓸모 없게 돼 버린다.

사막화의 또 다른 원인인 지구 온난화의 원죄 역시 인간의 몫이다. 재앙의 피해는 당장 인간에게 돌아 온다.

우선 빈곤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토지에서 식량, 에너지, 주거 및 수입을 모두 해결해야 하지만 토지 혹사화에 비례해 황폐화도 빨라지면서 땅에 모든 것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빈곤층의 삶은 더욱 극단적으로 전락한다.

지구의 사막화는 가난한 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의 코아첼라 계곡을 포함해 전체 면적 중 30%가 사막화로 신음하고 있는 중이다. 아프리카는 1억3천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아시아도 전체 면적 43억 헥타르 중 17억 헥타르가 사막화 위험에 노출된 상태며 특히 북한도 산림 916만 헥타르 중 163만 헥타르가 황폐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은 1994년 6월 채택돼 1996년 12월에 발효됐는데 우리나라는 1999년 156번째로 가입했다. 유엔은 2006년을 ‘사막과 사막의 해’로 선언했다. 초록색 지구에 적신호가 왔기 때문이다.

지구의 사막화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녹지를 마구 파헤치고 갯벌을 분별 없이 매립하는 우리 환경정책에 들려 주는 경종이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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