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쯤 등장한 ‘거짓말 탐지기’는 언론이나 영화, 소설 등에서 애용돼 왔지만, 대다수 과학자들은 과학 도구보다는 ‘오락기기’로 취급한다. 거짓말 탐지기가 측정하는 심장박동, 피부전도율, 호흡 등 심리반응들이 부정직과 반드시 동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말 탐지기의 오류는 25~75%에 이른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거짓말쟁이들을 찾아내는 다른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 연구에서 60개국 2천명에게 거짓말쟁이들을 찾는 방법을 물었더니 “거짓말쟁이들은 시선을 돌린다”가 제일 많이 꼽혔다. 일부 실험실 연구에서는 코 만지기, 목소리 가다듬기, 이야기 멈추는 횟수, 눈깜박이기 등으로 거짓말과 참말을 하는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기도 하였다.
그러나 티머시 레빈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이런 것들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지표일 뿐 일 대 일로 얼굴을 맞댄 실생활에서도 유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거짓말을 나타내는 특별한 자동신호 곧 ’피노키오의 코’는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벨라 데파울로 버지니아대 교수는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는 사람은 속임수와 권모술수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는 경향이 있다”고 ‘개인과 사회 심리학’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그는 “그러나 거짓말쟁이들이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틀지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연구들도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사람들이 거짓말 하기가 더 쉽고, 자신감이나 신체적 매력이 거짓말 능력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의기소침한 사람들은 상황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나 다른 사람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력 면에서 자신에 대해 덜 ‘착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 심지어 어느 정도 자기 기만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이론도 있다.
‘친절한 거짓말’은 사회생활의 윤활유가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 심리학자가 18~71살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사람들은 일주일 동안 일 대 일로 만난 이들을 평균 30% 속였다. 그러나 거짓말도 심하면 병이다. 병리학적 거짓말쟁이는 ‘정상적인’ 거짓말쟁이와 달리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모른다. 궁극적으로 거짓말은 사기(詐欺)와 기만(欺瞞)으로 연결된다. 최근 거짓말을 할 때 뇌가 평상시와 다른 방식으로 활동하는 것을 재는 방법이 나왔다고 하는데 병리학적 거짓말쟁이들을 대상으로 실험해 봤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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