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백서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방출된 공적자금의 회수율이 결국 45.1%로 그쳤다. 공적자금 투입 총액 167조8천억원 중 회수된 총액은 75조8천억원에 불과하다. 회수금 내역은 예금보험공사 32조2천억원, 자산관리공사 35조5천억원, 기타 8조1천억원이다.

대검 중수부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이 미회수된 공적자금 수사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지난 4년동안에 부실기업주들로부터 568억6천만원을 회수했다. 회수금의 자체 규모로 보아서는 상당한 성과의 금액이다.

그러나 미회수 총액 92조원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기업체 임원 167명, 주주 33명, 공무원 21명, 금융기관 임원 5명, 법인 14개 등 290명이 사법처리됐다. 1997년에 발생한 외환위기에 검찰수사는 2001년 12월에 시작됐다. 이 바람에 재산을 빼돌린 기업인들이 해외로 도피한 사례가 많아 수사에 애로가 많았던 것으로 전한다.

공적자금을 쓰고도 도덕적 해이가 심한 기업인들도 많이 적발됐다. 회사돈 207억원을 빼돌리고 4천200억원을 사기대출한 S토건 전 회장은 700평 규모의 집에 실내골프장과 개인 법당까지 두는 호화생활을 누렸다. 전 D그룹 C 회장은 1조5천억원의 부실채권을 발생시켰으면서 전처에 대한 위자료 수십억원을 회사돈으로 주었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흥한다’는 기업윤리 실종의 극단적 사례는 이밖에도 많은 것으로 보도됐다.

중수부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은 근래 해산됐다. 해외도피 기업인 중 죄질이 특히 나쁜 21명은 외국과의 사법공조로 계속 추적한다지만 미회수금 92조원은 거의 그대로 남을 전망이다.

결국 떼인 공적자금 92조원은 올 정부 예산 144조8천억원의 약 63%다. 그리고 떼인 공적자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갚는다. 국민에게 이토록 큰 피해를 입히고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외환위기가 났을 당시의 강 모 전 경제부총리가 기소됐으나 정책판단의 결함엔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었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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