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만의 특색 살아있는 공연장 만들 것”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감회는 새롭다. 월드컵 4강 신화의 기적은 물론 서울시청 앞을 붉게 수 놓았던 응원 열기까지, 설레이지 않는 게 없다. 그런데 한가지, 응원전의 시발은 어디였을까.
경기도문화의전당의 정철 공연사업본부장(41)이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다. 지난해 9월 전당으로 둥지를 옮긴 정 본부장은 세종문화회관에서만 10여년동안 재직했다. 특히 한·일 월드컵 당시 온 도로를 빨갛게 물들이도록 종용(?)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월드컵 개막 전, 대표팀 평가전 경기가 있었잖아요. 문득 야외에서 응원전을 펼치면 붐업 조성에도 좋고 재밌을 거라고 생각됐습니다. 그래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소극장 사이의 계단을 객석으로, 그 앞에 스크린을 만들었죠. 일정이 진행될 수록 붉은악마 인파가 넘쳐났는데, 어느날 미국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인근에 위치한 미국대사관측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장소를 옮겨 달라고. 그때 시청 앞으로 가게 된 겁니다”
정 본부장의 기획력을 엿볼 수 있는 일면이다. 사실 그는 나이에 비해 곱상한 외모로 간혹 오해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뚝심 있게 일처리를 한다는 게 주변의 한결같은 평가다. 정도의 고집과 소신은 휴직계를 내고 얼마동안 전당을 떠나 있는 홍사종 사장의 빈자리를 충분히 메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내부적 단결에 힘을 쏟으려 합니다. 2006년 공연사업본부를 펀(Fun)경영을 통해 꾸려 나갈 생각이죠. ‘해피 캠페인’이라고도 이름 붙였는데, 나름대로 7가지 덕목을 정했어요.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서로 독려하자는 거죠”
이를 바탕으로 전당은 올해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게 스페인의 마에스트란차 오페라단을 초빙하는 ‘세빌리아의 이발사’다. 단순한 초청공연을 뛰어넘어 무대 디자인이나 캐스팅 등을 현지에서 책임지는, 공동기획 형식이다. 여기에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바리톤이라고 불리는 레오 누치(Leo Nucci·세빌리아 역)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쁨도 따른다.
또 ‘아름다운 한국인 시리즈’로 해외에서 더욱 빛나는 한국 클래식 음악인들의 무대를 전당에서 만들고 하반기 가칭 ‘소극장 실내악’이란 타이틀로 순수음악의 저변을 넓혀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가족 프로그램의 경우 전당도 이미 어느정도의 반열에는 올랐다고 봅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게 순수예술쪽이죠. 특히 올해는 클래식 계열의 음악 분야를 차츰 귀에 익숙하게끔 만들고 싶습니다. 전당의 몫이기도 하죠. ‘예술 향유의 일상화’를 추구한다고 보시면 돼요”
제작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세’나 ‘멘토’ 등 문화교육 및 복지사업 등을 계속 이어나가는 한편 지난해 첫 선을 보였던 태권도 프로젝트 ‘더 문’의 높은 완성도를 위해 국내 유명 연출가를 섭외중이다.
이미 극본 공모를 마친 뮤지컬 ‘다산 정약용’(가칭)을 통해 지역적 특색을 지닌 문화상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기도 하다. 이 안에는 화성성역의궤를 기초로 한 건축 및 문화적 요소와 실학, 정조대왕 등이 녹아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방의 문화 관련 기반시설들을 보면 서울을 닮으려고 합니다. 분명 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는데도 말이죠. 당초 전당으로 왔을 때 이 점에 주목한만큼 경기의 특색이 살아 있는 공연장이 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대내외적으로 많은 이들과 머리를 맞댈 각오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야 겠네요”/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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