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관 계-양채은

눌러왔던 서름 가득히 들고 갔다가

네 앞에 서면 비워진다 하얗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하얗게 비워진다

늘 그랬다 너와의 만남도, 헤어짐도

무시로 찾아 드는 딜레마일 뿐

변하는 건 없었다, 변함이 있다면

네게서 떨어져 나온 형체 잃은

조가비의 생애와

흩어지는 슬픔을 생각하지 않는

모래알의 무표정을, 내가 조금씩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너의 거대한 울부짖음에 비한다면

내 서러움은 단지 수평선 너머로 곧 사라질

안개일 뿐이나, 너와 헤어져 돌아온 내일이면

나는 또 내가 있는 공간에서 아프고

서러움 쌓아 질 때면

또 다시 목 놓아 부서지는

너를 찾게 될 것이다

<시인 약력> 서울 출생 / ‘문학시대’로 등단 / 창시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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