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들인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다섯 나라의 비공개 협의회에서 사실상 선출된다. 안보리 상임 이사국들인 비밀 협의회에서 후보들을 검토한 뒤 단일 후보를 유엔 총회에 추천하기 때문이다. 또 전체 상임이사국 15개국 중 3분의 2, 즉 9개국 이상의 찬성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대목은 상임 5개국 모두의 찬성이다. 일례로 6대 사무총장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이집트)는 제3세계와 프랑스· 중국· 러시아의 지지를 과신해 재선에 도전, 1996년 11월 안보리 투표에서 14개국의 찬성을 확보했으나 미국의 거부권으로 탈락했다.
유엔 사무총장 자리는 전통적으로 대륙별 지역안배에 따라 이뤄졌다. 노르웨이(1대)·스웨덴(2대)·미얀마(3대)·오스트리아(4대)·폐루(5대)·이집트(6대)·가나(7대)에 이어 다음 8대는 아시아 지역의 차례다. 현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차기 사무총장은 아시아 국가들에 돌아가야 한다는 강력한 여론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 지도자들도 지난 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정상회의 때 순번제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동의했었다. 하지만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의 그린넬 대변인이 “유엔 사무총장 후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중점을 두어야 할 사항은 출신 지역에 관계 없이 훌륭한 관리자이면서 개혁자이냐는 점”이라고 강조해 변수가 생길 경우도 없지 않다. 유엔 안팎에서 폴란드의 알렉산데르 크바시나 에프스키 전 대통령과 라트비아의 여성 정치인 바이라 비케 프라이베르 대통령이 사무총장 후보로 거명되는 연유다.
현재 아사아에서는 태국의 수라키앗트 사티라타이 부총리와 스리랑카의 평화협상 대표인 자얀타 다나팔라가 뛰고 있으나 국제적 호응은 못 받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유력한 아시아후보는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유엔 사무총장을 꿈 꾸는 사람이 여러 명 있을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 자리는 국제적으로 대단한 직위다. 국가적으로도 영예롭다. 한국인이 유엔 사무총장이 된다면 국위도 크게 선양된다. 미국이 연말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6, 7월에 미리 선출하자고 제의한 만큼 정부에서도 명망 높은 인사를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일찍암치 내정, 적극 후원해야 한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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