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겨진 현수막에 담긴 민심

최근 파주시가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시청을 비롯 각 읍·면·동에 설치한 대형 현수막 10여개가 시민들에 의해 지난 5일 새벽에 찢겨 나가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시정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시는 전국 민원행정 평가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을 홍보하기 위해 1천여만원을 들여 본청 건물 절반 이상을 뒤덮는 가로 33m 세로 8m 크기의 현수막을 비롯, 각 읍·면·동청사 등에 건 대형 현수막 15개중 10개가 찢겨 나갔다.

시는 이번 사건을 놓고 의미를 축소하려고 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그렇지 않다. 유화선 시장의 심기가 몹시 불편하겠지만 분명 유 시장이 자처한 일임에 틀림없다. 시민들이 상가건물에 작은 현수막과 홍보물 등을 부착하는 건 불법이라고 단속하면서 시가 유래가 없는 초대형 현수막을 부착하도록 지시한데 격분한 시민들이 행동으로 보여 줬기 때문이다.

자기 홍보시대이긴 하지만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감내하라고 한 상태에서 어떻게 시의 홍보물은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 덕지덕지 부착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것도 국민의 세금으로 말이다. 그래서 시민들의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현수막 설치비용은 상금으로 받은 1억원으로 사용했다고 하지만 이 역시 국민의 세금이 아닌가. 오히려 상금으로 먹지 못하고 춥게 겨울을 보내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사용했으면 수상의 의미가 더 하지 않았나 싶다.

시가 내건 초대형 현수막을 보고 자부심 보다는 오히려 거부감을 느꼈다는 시민들이 많다. 유 시장이 애써 이번 사건을 현수막사업권을 따지 못한 동종업자 앙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묻어 버리려 한다면 잘못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의가 진정으로 무엇인지 파악하는 자세가 뒤따라야 한다.

/고기석기자 koks@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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