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진실게임

서울대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로 ‘황우석 사태’의 전모가 드러난 지 이틀 뒤인 어제 황 교수가 세번째 대국민 사과 겸 기자회견을 가졌다. 황 교수는 “복제 개 ‘스너피’만 빼놓고는 전부 허구이며 2004·2005년 시이언스 게재 논문은 조작된 것이고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처음부터 없었다”고 한 서울대조사위의 활동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원들이 좌우에 배석 또는 의자뒤에 도열한 가운데 사과문을 낭독한 뒤 그 현란한 말솜씨로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했다.

황 교수는 10일 발표된 서울대조사위원회 보고서의 과학적 내용과 허위 데이터 부분만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았을 뿐 다른 평가에 대해서는 반발·부인했다. 서울대조사위가 “연구의 독창성은 인정되나 기술 수준의 독보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평가한 데 대해 박을순 연구원이 파견돼 성공한 피츠버그대 섀튼 교수의 원숭이배아복제 사례 등을 들어 “핵이식 기술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논문조작 지시’도 서울대조사위는 학내조사라는 한계때문에 확실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는데 황 교수는 조작자료를 낸 사람의 실명을 밝히고 “나는 일을 맡기고 점검하지 않은 책임만 있을 뿐이다. 미즈메디의 누군가가 그 결과를 조작하지 않았다면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조사위가 공개한 자료를 반박하거나 ‘핵이식 실험 성공’을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황 교수는 동석한 연구원의 입을 빌려 ‘처녀생식’과 ‘난자 개수’ 등 의혹에서 비켜 나갔다. 더구나 황 교수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판교 프로젝트’나 ‘사이언스 논문 제2저자 요구’ 등을 밝혀 오히려 몇가지 문제점을 추가시켰다.

황 교수의 기자회견에 대해 서울대조사위가 “최대한 공정하고 과학적으로 검증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덧붙이거나 발표할 내용은 없다”는 입장을 보여 결국 ‘황우석 사태’의 진실 규명 역할은 검찰의 몫으로 넘어갔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 조작의 ‘몸통’은 미즈메디병원이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또 수사를 의뢰한 이상 황 교수와 미즈메디간 ‘진실게임’은 검찰이 실체를 가리게 됐다. 이제 정말 추악한 얼굴은 검찰에 의해 드러나겠지만 황 교수의 말마따나 ‘줄기세포 논쟁’을 빨리 끝내고 ‘한국의 생명과학’이 새롭게 본궤도에 들어서야 한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황 교수의 말을 누가 믿겠는가”라는 말이 듣기에 심히 착잡하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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