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봉사활동제 ‘유명무실’

지구대·동사무소는 ‘북적’…사회복지시설은 ‘썰렁’

중·고교생들의 사회성 함양 등을 위해 도입한 사회봉사활동제도가 입시수단으로 전락하는가 하면 단순업무를 한 뒤 봉사시간을 연장하는 등 편법 운용되고 있다.

15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일선 학교마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 중학생은 ‘1년에 2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의무화하고 고교생은 지원 희망 대학의 봉사활동 요구시간에 따라 일정 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봉사활동이 쉬운 경찰서나 동사무소 등 관공서로만 대거 몰리고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노인과 아동, 장애인 복지시설 등은 기피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10시께 수원중부경찰서 A지구대를 찾은 J양(17·고1)은 1시간여 동안 화장실과 식당청소를 했으나 경찰관에게 8시간의 봉사확인서를 받았고, 같은 시간 B지구대에도 K군(18·고2)이 1시간여 동안 쓰레기통 청소 등을 하고 4시간의 봉사확인도장을 받아갔다.

또 동수원우체국에서도 지난 12·13일 이틀동안 C군(15) 등 5명의 중학생이 하루 3시간동안 우편물 분리와 청소 등을 한 뒤 2시간을 늘린 8시간의 봉사확인서를 받아가는 등 관공서마다 하루 5~10명의 중·고생들이 단순업무를 하고 봉사시간을 늘리는 등의 편법을 쓰고 있다.

반면 사회복지시설 등에는 학생들이 없어 기저귀 빨래와 아이보기 등의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안양 아동보호시설에는 방학이 시작된 뒤 일주일에 2~3통의 전화문의만 받았을 뿐 봉사를 하려는 학생들은 전혀 없다.

또 장애인복지시설인 수원 에벤에셀과 포천 부랑인의 집에도 일주일에 1~2명의 학생들이 방문하고 있으나 열악한 시설과 봉사내용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 슬그머니 도망가는 등 도내 사회복지시설마다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C군은 “봉사활동확인서가 없으면 고교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한다”며 “사회복지시설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도 쉽고 시간도 넉넉하게 끊어주는 관공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중·고생들이 하루에도 수십차례 찾아와 업무에 방해되는 경우도 있다”며 “입시에 필요하다고 사정하면 잡일을 시킨 뒤 확인서를 써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호기자 sh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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