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실험?

내각제란 엄밀히 말하면 ‘의원내각제’다.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국회의원이 내각에 들어가 책임을 지고 국정을 담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의 능력에 따라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1·2 개각’과 ‘유시민 의원 입각’은 현 정권이 내각제를 실험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국무위원 20명 중 국회의원 출신이 이해찬 총리, 김진표 교육부총리, 천정배 법무, 정동채 문화, 박흥수 농림, 정세균 산자, 유시민 복지, 이상수 노동 장관 등 8명(40%)이다. 2003년 2월 출범한 노무현 정부 첫 내각의 국회의원 출신 장관이 김화중 복지, 한명숙 환경, 김영진 농림 등 3명이었던 데 비해 배 이상 늘어났다. 노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5월말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는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국회의원을 얼마든지 장관에 임명할 수 있다. 내각제가 따로 없다.

노 대통령은 이해찬 의원을 국무총리로 임명한 뒤 일상적 내치는 총리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장기적 국정과제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지난해 8월 31일 “자리를 걸고 승부하는 고이즈미 총리와 독일 슈뢰더 총리가 부럽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여서 이렇게 할 방법이 없다”고 내각제를 부러워했다. 9월 17일에도 “정부와 국회의 대립이 더 풀기 쉬운가. 아니면 프랑스 동거정부처럼 총리와 대통령 사이에 갈등관계를 갖고 가며 타협해 나가는 것이 효율적인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내각제 선호를 비쳤다. 이어 10월에는 각료 인사권을 넘겨주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에 따라 총리실 내 국무조정실은 꾸준히 기구와 인원을 확대해 왔다. 공교롭게도 이 총리는 개각 발표일인 1월 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헌법 개정은 통일 등 국가발전 방향을 잘 반영해야 하고, 내각제를 포함해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각제를 개각 논의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내각제를 하려면 정치권 합의가 필요한데, 현 상황에서 내각제 합의는 쉽지 않은 문제다. 국민 여론도 4년 중임 대통령제 쪽에 가깝다. 그러나 국회의원 출신 장관이 정통 행정관료 장관보다 낫다는 식으로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내각제 실시는 어려운 일도 아니다. 아무래도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깨트린 뒤 다당제 구도를 만들어 내각제를 실험하려고 준비하는 것 같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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