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사부일체
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
기대를 모았던 ‘투사부일체’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기자 시사회를 마련했다.
시사회장에 참석한 김동원 감독과 정준호, 김상중, 정웅인, 정운택 등 주요 배우들은 각각 자신들의 영화에 대해 높은 기대감과 자신감으로 일관했다.
“열악한 여건이었지만 최선을 다했다”(정준호), “요즘 인기 있는 아이돌 스타들이 교복을 입길래 나도 입어 보았다”(김상중), “코메디 대상 수상식이 열렸으면 좋겠다”(정웅인), “많은 기다렸었다. (촬영을 하며) 많이 맞은 만큼 어여삐 봐달라” 등이 상영 전 밝힌 짧막한 견해들.
당초 개봉일 보다 앞당긴 투사부일체의 실체는 19일 드러났다. 관객들과 만났으며 이미 어느정도의 윤곽을 드러낸 상황이다.
#1 스크린에서 만난 반가운 지역 인사
영화의 초입, 프롤로그 부분을 보면 반가운 얼굴이 나온다. 물론 이는 영화가 마켓으로 삼은 전국 단위의 규모에서 볼 때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으나 적어도 경기도에선 많은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대학 강단에 들어서 학생들의 출석 체크를 하는 이가 바로 유형욱 도의회 의장이다. 소위 말하는 ‘까메오’ 출연으로 지난해 경기방문의해 홍보대사였던 정준호와의 친분 관계를 통해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이 시점에서 굳이 유 의장의 연기력을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교수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자체가 10여초 남짓한 시간으로는 당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호명한 뒤 대답이 없자 “이 놈 안되겠네…”라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은 ‘투사부일체’가 분명 코메디를 지향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해준다.
#2 광고 영화(?)
투자 유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영화계의 요즘 추세라고 하지만 가뜩이나 커다란 스크린 속에서 나타나는 큼직한 상표들은 간혹 거슬리게 다가온다. 그것도 자연스레 보여주거나 은연중에 드러나는, 기술적 측면은 아예 고려하지 않은 채 가운데에 버젓이 자리잡았다. 장면의 완성도를 위한 연출이라기 보다 상품을 위한 장면 구성이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예컨대 ‘아침을 돌본다’는 의미의 숙취해소 드링크제는 마치 음료인듯 취급된다. 광고 모델인 정준호의 애정어린 설정이라 생각하면 깜찍한(?) 발상이기도 하겠지만 단순히 넘기기엔 강압적이다. 또 국내 모 컴퓨터 회사의 노트북은 아예 상품에 없던 상표를 달고 화면을 채웠다. 노트북 LCD가 달린 겉면에 컴퓨터 회사 로고를 부착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여주인공에 가까운 한효주의 심리나 이미지를 암시하는 옥상씬에서 ‘K’로 시작되는 패션 브랜드가 눈 앞을 가득 메운다. 난간에 오른 그의 심리 및 이미지는 이 때문에 온전히 살지 못했다. 운동화에 새겨진 브랜드에 시선을 집중 시킬 따름이다.
#3 압박감에 눌린 코메디와 폭력
코메디 영화의 특징중 하나라면 단연 ‘가벼움’이다. 가볍다고 해서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코메디에서 파생되는 웃음만큼이나 마음을 가볍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전편에 이은 ‘투사부일체’는 초반, 이를 충실하게 따랐다. 집중력을 높이는 액션씬에 이어 ‘형님 세계’에서 터져 나오는 코메디는 배꼽을 움켜 쥐게도 한다. 특히 그동안 냉철하고 무게감 넘치는 연기력을 보였던 김상중이 고교생으로 돌아간 변화나 엔터테이너 하하와 같은 감초스런 배역들은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중반 이후, 좀 더 정확히는 그 이전부터 방향키를 잃어간다. 1편과 마찬가지로 학교가 무대가 돼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신선함이 없다. 코메디를 만들어 나가는 형식도 비슷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작위적이며 웃음 또한 TV 속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장면들이 지나가면 없다시피 하다.
더구나 코메디의 가벼움에서 벗어나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던 사학비리는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근자에 사회적 이슈로도 떠오르고 있는 화두이긴 하지만 치말한 계산 없이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던 눈치다.
감독은 학교 재단 이사장 아들과 원조교제를 맺었던 한효주를 죽음으로 몰아 넣고 정준호의 분노를 끌어 올린 뒤 교복 입은 학생까지 조직 폭력배들과의 싸움에 가세시킨다. 결국 ‘죽음-폭력-화해’란 엇박자의 구도를 낳았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 치킨 리틀
말썽쟁이 꼬마 닭 마을 영웅이 되다
‘치킨 리틀’은 설 연휴 가족 관객들을 겨냥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다. 등장 인물은 모두 동물. 이중 주인공은 꼬마 닭 치킨 리틀이다. 동물 마을에서 치킨 리틀은 구제불능의 말썽쟁이로 통한다. 얼굴의 절반을 덮는 안경을 쓴 작은 꼬마가 마을을 발칵 뒤집었기 때문이다. 쾌청한 오후 “하늘 조각이 떨어졌어요!”라고 외치며 마치 하늘이 무너질 것같은 소동을 벌인다. 그러나 증거라고는 머리 위에서 떨어진 도토리뿐이었다. 치킨 리틀은 이 일로 마을 사람들로부터 놀림감이 된데다 아빠로부터 신뢰도 잃는다.
그런데 몇년 후 다시 하늘 조각이 떨어진다. 이 광경은 치킨 리틀은 물론 그의 왕따 친구들도 함께 목격한다. 치킨 리틀과 친구들은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만 이번에도 웃음거리가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주인들 공격이 시작된다. 어린이를 겨냥한 이 애니메이션의 무기는 두 가지. 하나는 다양하게 묘사된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이고 또 하나는 귀에 익은 각종 팝송을 적절하게 사용하며 흥을 돋운 점이다. 주인공 닭 이외에 물고기, 청둥오리, 돼지 등의 캐릭터가 사랑스럽게 표현됐고 특히 물고기는 지상에서 살기 위해 산소 마스크와 같은 어항을 뒤집어 쓰고 다녀 인상적이다.
우주인들의 공격은 톰 크루즈 주연의 ‘우주전쟁’을 패러디했으며 마지막 장면에선 인기 TV 시리즈 ‘스타트랙’도 패러디했다.
이러한 유머와 함께 영화는 아빠와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치킨 리틀의 노력을 통해 짠한 감동도 추구했다.
전형적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디즈니표 애니메이션. 가족과 친구의 가치를 강조하는 디즈니의 사시(社是)가 담긴 만큼 설 연휴에 잘 어울린다. 오는 26일 개봉. 전체 관람가.
● 게이샤의 추억
할리우드가 탄생시킨 신비의 여인 ‘게이샤’
사무라이와 함께 게이샤는 일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각기 일본의 남성과 여성을 대표하는 둘은 공통점을 안고 있다. 극단성과 선정성 등이다. 바로 이같은 점이 서양인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는 것 같다. 어찌 보면 더도 덜도 아닌 야만을 상징하는 키워드인데도 서양인의 눈에는 이보다 더 매혹적이고 화려해 보이는 동양이 없다.
‘게이샤의 추억’은 ‘라스트 사무라이’에 이어 할리우드가 일본 문화에 대해 노골적이고 적극적인 애정을 표한 작품이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할리우드 최고 몸값의 스타 톰 크루즈가 제작·주연을 맡았다 ‘게이샤의 추억’은 미다스의 손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을 맡고 ‘시카고’의 롭 마셜이 감독을 맡았다. 할리우드중에서도 정중앙에 있는 인사들이 만든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 게이샤들을 일본 배우가 아닌 중국 배우들이 맡은 점이다. 일본에 대한 반감이 한국보다 못하지 않을텐데 말이다. 장쯔이는 물론 궁리나 미셸 여 등 주연 3인방 게이샤가 모두 중국인 여배우. 한마디로 게이샤를 할리우드와 중국 여배우들이 추억한 셈이다. 할리우드에서 활동중인 김윤진이 게이샤 출연 섭외를 받고 고민 끝에 거절한 것과 대조적이다.
영화는 80년대 후반 출간된 미국 작가 아서 골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독특한 색깔의 눈동자를 가진 어촌 소녀 지요가 최고의 게이샤로 성장하는 이야기. 소설의 분량이 방대한 까닭으로 영화는 원작의 앞과 뒤를 싹둑 잘라내고, 부분 각색을 통해 할리우드식으로 변형을 꾀했다. 이 과정에서 인물 묘사 역시 대폭 간소화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영화의 기획 동기가 게이샤에 대한 서구 남성의 호기심 어린 시선인 만큼, 게이샤의 성적 매력과 성적인 기능에 대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았다. 그들의 독특하고 화려한 화장법이나 남자를 사로잡는 갖가지 제스처, 처녀성에 대한 경매 등은 서구 남성들을 혹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혼탕에서의 유희도에 대해 게이샤들은 예술가로 자평하지만 결국은 돈과 권력이 있는 남성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 개인적인 삶과 사랑을 갈망하기에 나름의 인간적 고뇌는 있지만, 평생 뒷바라지 해줄 남자를 사로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그들의 삶은 사실 고급접대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중국 여배우들과 함께 와타나베 겐, 야쿠쇼 고지 등 일본 남자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화면을 꽉 채운다. 하지만 배우들의 어색한 대사는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여겨진다. 1930~40년대 어둡고 축축한 일본 골목길과 좁은 다다미방, 화려한 사원 등은 게이샤 못지않은 볼거리를 전해준다. 다음달 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홀리데이 황대철역 이 얼
‘비열한 양아치’로 변신
“이렇게 일찍 인터뷰도 합니까? 이른 시간이어서 적응이 잘 안 되네요”
자리에 앉으면서 이렇게 읊조리는 이얼(43)은 오전 인터뷰가 적응이 안 되는 눈치다. 그의 생각으로는 아침 댓바람부터 진행하는 인터뷰에 주파수를 맞추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다른 배우들보다는 일찍 일어나는 편인데 배우로서의 일정은 대부분 오후 시작, 아침에 하는 인터뷰가 좀 생경하네요”
잘 적응되지 않는다는 그를 붙잡고 ‘홀리데이’(감독 양윤호 제작 현진시네마)에서 맡은 교도소 방장 황대철 역에 대해 물었다. 이 노련한 배우는 정신이 없다고 말하다가도 배역 얘기가 나오자 술술 말의 실타래를 풀어낸다. 이얼은 지난 88년 발생한 지강헌사건을 모델로 한 영화 ‘홀리데이”에서 지강헌을 극화한 인물 지강혁(이성재 분)이 수감된 교도소의 방장이다. 특사로 나가려고 교도관들을 매수하는 등 갖은 노력을 다하는 비열한 인물. “촬영 들어가기 5일 전 캐스팅됐어요” 이얼은 캐스팅과정부터 입을 뗐다.
“‘홀리데이’는 오랜 전부터 기획된 영화이고 이미 배우 강성진씨가 황대철 역을 맡기로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캐스팅에 문제가 생기면서 저한테 배역 제의가 왔어요. 그렇게 끌리는 배역도 아니었는데 ‘그 짧은 시간에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 많이 했습니다”
솔직한 답변이다. 그가 이런 악조건에도 제의를 수락한 건 이미지 변신이란 배우로서의 숙명(?)때문이었다. 전작들을 통해 이얼은 세상의 어떤 험난한 풍파도, 거친 인생사도 그저 너털웃음으로 포용할듯한 선한 이미지로 박혀있다. 그는 “배우가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져 버리면 배우생활에 문제가 많다”며 “기회가 되면 바꾸려고 했는데 기회가 빨리 왔다”고 말했다. 성격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들어간 황대철 캐릭터는 양윤호 감독과의 논의를 통해 완성됐다. 그래도 이번 역할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가 보다.
“촬영중 양 감독과 황대철 캐릭터 등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완전히 조폭수준으로 갈 거냐, 아니면 양아치 정도로 마무리할 거냐를 놓고 고심했어요. 저는 세게 가자고 했죠. 그래야 나중에 황대철이 변하는 모습과 대비를 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양 감독은 황대철 역할이 너무 무겁게 가면 작품 자체가 어두워진다고 양아치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황대철을 조폭수준의 악역으로 묘사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양아치로 가서 서운하냐”는 말에 “다음에는 제대로 된 악역을 할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며 씽긋 웃었다. 그는 지강혁과 탈주하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황대철에 대해 “황대철이란 인물은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을뿐 인간적으로 보면 외로운 인물로 사회에는 황대철보다 더 나쁜 인간들이 더 많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배우 이얼을 논할 때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그를 관객들의 머리 속에 각인시킨 역할도, 배우 스스로 맘에 들어 하는 역할도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성우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인생에 대한 생각도 바뀌는데 같은 배역을 연기를 해도 다르지 않겠느냐”며 “다시 성우 역을 맡는다면 더 밝게 할 것 같은데 그때만큼 잘 할 자신은 솔직히 없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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