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지금의 천연가스 공급이 끊긴다면 국내 일상생활이 어떻게 될까? 입식주방이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난방은 말할 것 없고 취사가 당장 문제다. 집밖에서 땔감으로 밥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특히 고층 아파트의 불편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
석탄이 연료로 다시 뜨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 겨울에 고유가로 연탄 수요가 갑자기 늘었다. 하지만 선진국 등 외국에서 다시 주목받는 연탄수요는 가정용이 아닌 산업용이다. 석탄이 지닌 공해 유발의 취약점을 희석시키는 신기술이 개발된 탓도 기인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요인은 에너지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석유는 매장량이 1조1천477억배럴로 앞으로 42년이면 바닥이 드러난다. 천연가스 매장량은 175조㎥로 69년을 더 쓰면 끝이다. 이에 비해 석탄 매장량은 9천845억t으로 192년을 더 쓸 수가 있다.
이 때문에 강대국들은 자국의 에너지원을 아낀다. 미국도 그렇지만 중국은 노골적으로 에너지원의 무기화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석유 보유국의 5위, 천연가스 보유국의 6위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에너지원의 무기화는 이미 시작됐다. 올 새해들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러시아가 중단했던 사례가 단적으로 말해준다.
국내에서 쓰는 천연가스는 수요량의 약 80%를 인도네시아에서 사들인다. 아직까지는 별 일이 없었지만 앞으로 전쟁 등 어떤 인재나 지진 등 천재의 돌발 사정으로 비상저축용까지 축낼만큼 수송이 지연되면 큰 혼란을 면치 못한다. 석유도 수입하고 가스도 수입하는 국내 실정은 취약점으로 꼽히는 에너지대책이 한마디로 제로다.
이런 가운데 대체에너지 개발도 무대책이다. 세계는 ‘제3의 불’을 찾고 있다. 이런 ‘제3의 불’은 개발하지 못할지언정, 전기 전력이라도 증강해야 하는데도 역시 무신경이다. 석탄 발전도 좋고, 원자력 발전도 좋다. 석유가 바닥나고 가스가 다 떨어지는 42~69년의 세월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에너지 안보대책이 절실하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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