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단식(斷食)’을 인간이 가지고 태어났지만 잊고 지냈던, 자기 스스로 치료하는 능력을 회복하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배고픔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이다. 우리 몸은 단식을 ‘비상사태’로 인식한다. 잠들어 있던 자율신경이 깨어난다. 그리고 엄청나게 민감하고 격렬하게 반응한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을 제외한 모든 불필요한 요소들을 버리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그 동안 몸에 쌓였던 노폐물과 독소들이 몸에서 빠져나간다”며 단식은 몸을 정화하는 치료법으로 봐야 더 정확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단식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일정 기간 음식 섭취를 끊는 일’이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인 식욕을 스스로 억제하는, 웬만큼 모질고 독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행위다. 그래서 단식은 결연한 의지를 표현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독립을 요구하며 영국에 단식으로 맞선 인도의 간디가 대표적이다.
종교계에서는 단식을 수행으로 본다. 석가모니는 6년여간 7일에 한 끼 정도 아주 적은 음식만 섭취하며 단식고행을 하다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예수는 서른 살 때 광야에서 40일간 단식기도를 마친 뒤 공적인 삶을 시작했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하마드가 ‘1주일의 단식은 피를 정화하고, 2주일의 단식은 뼈를 정화하며, 3주일의 단식은 마음을 정화한다’고 말했듯이 이슬람에서는 이슬람력(曆)으로 아홉 번째 달인 라마단월(月) 한 달 동안 매일 해가 떠서 질 때까지 물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 것으로 신을 경배하는 동시에 가난한 사람들의 배고픔을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경부고속철도 경남 양산 천성산 터널 굴착으로 천성산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온몸을 던졌던 지율 스님이 2003년 2월 38일간 단식한 데 이어 다섯 번째 단식 중이다. 지난해 12월초 여주 신륵사로 갔던 지율 스님은 은신처가 노출되자 경북에 있는 도반의 거처로 옮겼다가 지금은 동국대학교 일산 한방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100일이 넘는 단식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데 지율 스님의 단식은 120일을 넘겼다. 그러나 복부 통증과 호흡 곤란으로 고통을 겪어 매일 생사를 넘나든다고 한다. 불자의 신분으로 환경운동을 목숨 걸고 계속하는 지율 스님의 저 단식을 그 누가 중단시킬 것인가. /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