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지방선거 겹쳐 ‘단골 후원자들’ 발길 뚝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나흘 앞둔 25일 오전 11시께 노인의료복지시설인 수원시 장안구 ‘연무사랑의 집’.
예년같으면 선물꾸러미를 든 날개없는 천사들로 북적거려야 할 곳이지만 올해는 장기 경기침체에다 지방선거까지 겹쳐 정치인과 공무원 등 단골 후원자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30여명의 정신지체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무의탁노인 등은 외부 사람을 한참동안이나 못 봤던 탓인지 이방인을 발견하자 하던 일을 멈추고 하나둘씩 자리를 피했고 일부는 낯선 표정을 지으며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였다.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로부터 버림받아 2년전부터 이곳에서 지내는 박모 할머니(95)는 가족이 있어도 설을 함께 지내지 못하는 설움을 표출하듯 손을 붙잡고 한참동안이나 말을 하지 못했고, 김모 할머니(86)는 다른 자식들은 반대했지만 둘째 아들이 자신을 이곳으로 보냈다며 원망을 털어놨다.
점심시간이 되자 가로 2m, 세로 1m의 넓은 상이 펴졌지만 메뉴는 팥죽 한그릇과 김치반찬이 전부.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진수성찬으로 알고 남김없이 말끔히 밥그릇을 비웠고 서로를 위로하며 쓸쓸한 설을 맞이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35명의 정신지체장애인 등이 살고 있는 중증장애인보호시설인 수원시 팔달구 ‘아멘 나눔의 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지난해 수원시에서 후원물품을 보내왔으나 올해는 ‘개미 한마리’ 얼씬거리지 않고 있다.
아이들은 낯선 사람의 뜻하지 않은 방문이란 표정을 지으며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조상남 원장(49·여)의 등에 업힌 윤모양(3)은 중3 엄마와 고1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뒤 지난 2003년 이곳에 맡겨져 선천적으로 온몸의 관절이 뒤틀리는 병으로 2차례나 수술을 받았으나 추가 수술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은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된 5명의 아이들의 생활보조금과 조 원장의 남편(51)이 운영하는 인력사무소의 수입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조 원장은 “시설이 문을 연 지난 8년동안 7번이나 이사를 다녀 정기적으로 찾던 봉사의 손길도 끊어진 것 같다”며 “가끔 시설의 위치를 묻고 도움을 주고 싶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지만 올들어서는 그나마도 끊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영규기자 ygk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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