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과부한 된 뇌, 중앙분리대를 넘어온 차에 뭉개지고
뇌 틈에 마모된 라고르의 음률
주름진 혈관을 되감는데
불안한 영혼의 짙은 바다 밑 물빛 목소리는
아가미 찢긴 물고기자리별 속으로 사라진다.
내 손바닥 위 감정 하나
말을 잊은 세상에 나뒹굴고
소리가 갇혀 버린 너의 공간
내 몸속에 자리 잡아
긴 어둠 속을 말없이 걷던 너는
내 눈물 달여 추출해 낸 빛의 결정
나의 뼈마디로 세상을 열자
정화된 혈관 속의 네가
목소리 담아 불쑥 나타난다.
눈을 열어 너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
분홍빛 뇌 사이에 꽂힌 R. 슈트라우스의 가곡 ‘내일’
(아무 말 없이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리라 그러면)
내면의 밑바닥 텅 빈 곳에 머물던 너의 몸짓은
죽음의 혈관을 더듬어 창조된 사랑…….
두 손 안의 붉은 은유
주먹 안에서 돌고 있는 심장소리
팔딱팔딱
떨리는 듯 지옥까지 숨을 쉬는
나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태초의 아침을
춤인 듯 깨운다.
<시인 약력> 경기 하남 출생 / ‘시문학’으로 등단 / 현 홍익대학교 강사· 경기도의회사무처 근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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