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나무는 한자어로 백자목(栢子木)·과송(果松)·홍송(紅松)·신라송(新羅松)·해송(海松)·유송(油松)·오수송(五鬚松)·오엽송(五葉松)·오립송(五粒松)·송자송(松子松) 등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백(栢)이 쓰인다. 하지만 ‘훈몽자회’에서는 백을 측백나무로 풀이하고 있다. 오자(五字)가 들어간 명칭은 한 다발에 침엽이 5개인 것에 연유하고, 해송의 해는 외국산이라는 뜻인데 중국 쪽에서 부른 이름이다. 신라송은 신라 때 잣종자가 중국에 들어가게 된 까닭에 얻은 이름이고, 홍송은 목재의 붉은 빛깔에 착안해서 붙인 이름으로 중국측에서 부른 명칭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이 이름을 쓰기도 하였다.
잎이 5개씩 모여나는 소나무 종류를 합쳐 잣나무류라고 말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잣나무·눈잣나무·섬잣나무의 3종이 있다. 잣나무의 종자인 잣은 송자(松子)·백자(栢子)·실백(實栢)이라고도 하는데 약으로 사용할 때는 해송자(海松子)라고 한다. 잣은 우리나라의 특산으로 명성이 높아 예로부터 중국에까지 널리 알려져 당나라 때 ‘해약본초(海藥本草)’에 그 생산지를 신라로 기재하였다. 또 명나라 때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신라송자라고 칭했다.
잣에는 지방유가 약 74% 들어 있고 그 주성분은 올레인산·리놀렌산이다. 약성은 온화하고 맛이 달다. 오래 먹으면 노인성변비에 장의 유동운동을 촉진시키면서 배변을 용이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가래가 나오지 않는 이른바 마른기침을 하는 사람이 복용하면 폐의 기능을 정상으로 이끌면서 기침을 멈추게 한다. 또 허약한 사람이 먹으면 기운이 소생하며 피부가 윤택해지고 탄력을 얻게 되므로 미용에도 좋다. 그러나 설사와 물변을 보는 사람은 먹지 않는 편이 좋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변비치료제로 활용돼 왔으나 주로 식용으로 쓰여왔다. 각종 음식에 고명으로 들어가며 죽을 끓여 먹기도 한다. 잣을 갈아서 쌀앙금이나 쌀가루와 함께 끓이는 잣죽은 보양성이 클 뿐 아니라 소화가 잘 되고 좋은 향과 맛이 첨가된 고급 음식이다. 잣은 예전부터 선물로 애용됐는데 지난 2월4일 한국유네스코경기도협회 신년하례회에서 김순태 회장이 80세(1926년 생) 이상된 회원들에게 ‘가평 잣’을 선물하여 참석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잣나무처럼 곧게 장수하시어 유네스코 발전에 더욱 기여해 달라”던 김순태 회장의 덕담이 떠오른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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