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무

이덕무(李德懋·1741~1793)는 조선 정조(正祖) 때의 실학자다. 근세 사대가(四大家)의 한 사람으로 박학 다식하고 문장이 뛰어났다. 글씨·그림에도 능했으나 서출(庶出)이었기 때문에 크게 등용되지는 못하고 벼슬이 규장각 검서관(檢書官)·적성(積城) 현감에 그쳤다. 청나라에 가서 그곳 학자들과 교우하고 고증학(考證學)을 배워 왔다.

이덕무가 도덕과 예절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쓴 ‘사소절(士小節·선비들이 지켜야 할 작은 예절)’이 있는데 이 책에 ‘불긍세행 종루대덕(不矜細行 終累大德)’이라는 말이 나온다. ‘작은 행실을 조심하지 않으면 결국 큰 덕을 허물게 될 것이다’라는 뜻이겠다.

‘사소절’에 담긴 예절들이 조선시대 선비나 양반가문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시대와 사회적 지위를 넘어 충분히 공감하고 본받을 만 하다. 이덕무는 특히 말을 할 때 주의해야 할 것들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새가 지저귀듯이 수다스럽게 재잘거리지 말라(여성)’ ‘ 소란스럽게 큰 소리로 떠들지 말라(남성)’ 등의 훈계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 또는 음식점이나 술집 등에서 눈살을 찌푸르게 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상대방이 말을 할 때 주의 깊게 듣고 있다 대답이 필요한 경우 지체하지 말고 대답하라’ ‘ 상대방이 말을 마무리하기 전에 중간에 끼어들지 말라’ 등 대화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권한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위엄과 권위를 상하게 되고’ ‘스스로 쌓은 정성을 깎아 먹으며’ ‘몸의 기(氣)를 해치게 돼’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고 말을 아끼라고 강조했다.

‘술자리에 가자마자 이전의 실수와 낭패를 기억하라’ ‘약간 얼근해진 상태가 되었을 때 얼른 술을 그만두어야 한다’ ‘술을 억지로 권하지 말라’ ‘급하게 빨리 마시지 말라’는 ‘주당’들이 명심해야 할 충고다.

‘사치스러운 자는 스스로 씀씀이가 큰 생활을 즐겨 하므로 항상 돈이 부족하여 오히려 인색해진다’고 꼬집었고, ‘검소한 자는 항상 남는 것이 있어 남을 도울 수 있다’고 하였다. ‘말을 타고 가다가 농부들이 새참을 먹는 곳을 지나칠 때는 말에서 내려라’한 얘기는 이덕무의 인간미가 보인다.

‘사소절’엔 수백 가지 예절이 나오는데 과연 이덕무는 얼마나 지켰을까. 그러나 작은 행실을 조심하라고 스스로 타일렀으니 평생 큰 덕을 행하였을 게 분명하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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