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은행 강도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인질들은 사건 초반엔 강도들을 두려워했으나 인질극이 진행될수록 강도들에게 호감을 갖게 됐다. 6일간의 인질극이 끝난 뒤 실시된 경찰 조사에서 인질들은 강도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한 여성 인질은 강도 한 명에게 애정을 느껴 이미 약혼한 남성과 파혼하기도 했다. 인질극 상황에서 인질들이 그들을 풀어 주려는 군이나 경찰보다 인질범에게 동조하는 심리상태를 말하는 ‘스톡홀름 증후군’은 이때 생겨났다.
얼마 전 ‘아이러브 황우석’ ‘한국척수장애인협회’등 5개 단체로 구성된 ‘황우석연구재개국민연합’이 서울 광화문 앞에서 주최한 촛불집회 때 참석자들은 “당신 하나만 매장시키면 된다는 그 무리와 끝까지 싸워 이길 것”이라고 선포했다. 전국에서 모여든 황우석교수 지지자 2천500여 명은 태극기를 흔들며 ‘연구 재개’ ‘특허수호’ 등의 구호를 외쳤고, 어떤 여성은 “나라 위해 일하신 당신의 손 / 사랑스럽습니다 / 당신의 손 외면하는 자 / 거짓을 말하는 자 / 죽을 것입니다”라는 글을 낭독하기도 했다.
재미 과학자로 소개된 조 모씨가 단상에 올라 “난자 공여 등 소모적인 윤리논쟁을 중단하고 우리의 생존권을 사수하자”고 소리치자 박수로 환호했다.
황 교수 지지자들은 “저명한 해외 학자들도 평가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일반 교수들이 평가할 수 있느냐”고 주장하며 황 교수의 논문 조작 사실을 발표한 서울대 조사위원장을 황 교수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중이다. 그들에게 논문조작은 지엽적인 문제인 모양이다.
“도공이 훌륭한 작품을 만든 뒤 이 사람 저 사람 보다가 깨져버린 상황인데 도공의 기술은 인정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의대 측의 기득권 수호 책략이나 미국과의 특허관계에 얽힌 음모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는 주장도 한다. 이같은 황 교수 지지자들의 주장에 대해 사회심리 전문가들은 “ ‘스톡홀름 증후군’ 일 수도 있다”고 보는가 하면 “종말론자들이 종말이 온다고 했다가 안 오면 낙담을 하기보다 ‘이번이 아니라 10년 후에 온다더라’하고 또 다른 희망을 갖게 되는 데 이번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는 진단도 한다. 제럴드 섀튼 교수가 논문조작을 사전에 알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도대체 황우석 교수의 진실은 정말 어디에 있을까. 재삼 궁금해진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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