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너를 보다

- 동생 최정우의 詩壇 입문을 축하하며

최자영

내가 너를 본 것은

그 때였다

캄캄하게 깊어가는 나의 저녁이

지친 발걸음으로

그 이정표 앞에 섰을 때도

마을은 아무 것도 모르는 안개에 덮였고

동행 하나 없이 지기 시작하던 해가

발밑을 적시고 있었다

더 이상의 질문이나 대답 필요치 않는 표지판처럼

나도 그 자리에 멈추고만 싶었다

네가 나를 흔든 것이 확실하다 / 그 깊은 멈춤 이후

산더미 같은 재속에서

깨어진 햇빛들이 손을 잡고

보리밭 밟아주듯 발 구르며

나를 일으키듯

더 높이 날기 위해서 무릎 구부리던 네가

새처럼 날아오르기 시작하는 이날 / 그래

내가 너를 본 것은 그때였다

<시인 약력>

경기 안성 출생 / ‘한국문인’으로 등단 / 동남문학회·경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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