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건 法’

1994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당시 7살이었던 ‘메건 캔카’라는 여자 어린이가 성폭행 전과가 두 번이나 있는 이웃집 어른에게 성폭행 당한 뒤 피살됐으나, 이전에 누구도 범인이 어린이 성범죄 전력자라는 사실을 몰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모든 부모는 자녀에게 닥칠지 모를 위험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는 메건 부모의 주장에 찬성 여론이 들끓었고, 성범죄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범죄자의 신상 관련 정보의 공개를 규정한 법이 1996년 제정됐다. 성폭행범이 출소 뒤 이주를 할 경우 새로 이사한 마을 주민들에게 이를 알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법이 ‘메건 법(Megan’s Law)’이다.

영국과 프랑스도 아동 성범죄자들에 대해선 관대하지 않지만, 미국은 특히 강력하다. 미시시피주는 아동 성폭력 혐의로 복역 중인 기결수의 얼굴과 이름을 지방고속도로 주변 광고판에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AP통신이 지난 20일 보도했다. 또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성폭행범에게 평생 ‘족쇄’를 채우는 내용으로 강화된 처벌법을 마련중이다. 성폭행범, 특히 아동 성폭행범의 도심 거주를 금지하고 이동 상황을 체크할 수 있도록 전자족쇄를 채우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발의에 필요한 37만3천명을 훨씬 넘긴 60여만명의 서명을 받았으며 주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플로리다주가 도입한 ‘제시카 법’은 아동 성폭행범에게 ‘재범이 불가능할 정도로’ 처벌 강도가 높다. 제시카 런스폰드라는 여아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 일어나 주민들의 공분이 거세게 일자 주의회가 13세 미만 아동 성폭행범에게 최소 2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평생 감시하는 내용의 ‘제시카 법’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한국은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을 이웃 신발가게 주인 50대 남자가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뒤 불태워 버린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성범죄자의 주소와 사진 등 자세한 신상공개는 성범죄자의 재사회화를 가로막고 인권을 침해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니 괴이한 나라다. 지난해만 해도 만 13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700여 건이나 됐고, 성범죄의 특성상 10% 미만의 낮은 신고율을 감안하면 희생자는 엄청날텐데 성범죄자에게 왜 이렇게 너그러운지 도대체 모르겠다. 범행 현장검증을 지켜보는 많은 주민들이 “재판도 필요없다. 여기서 사형시키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고 또 그것이 대체적인 국민정서다. 짐승에게 인권을 부여할 수는 없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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