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성희롱 사건의 장본인, 최연희 국회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머뭇거리고 있다. 그는 젊은 여성의 가슴을 한 번 만지고 당하는 사회적 압박이 가혹하다고 여길 지 모르겠다.
이미 한나라당 사무총장직 사퇴에 이어 탈당까지 했다. 사회적으로 매장 당하다시피 했고, 가정적으로는 아내나 자녀들에게 얼굴을 들 면목이 없게 됐다. 이런 마당에 어렵게 된 국회의원직까지 그만 두어야 하는 것은 너무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긴 있다. 최 의원은 또 이렇게 항변할 것이다. ‘남자들 치고 성희롱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고 말할 수가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더욱이 성인군자가 못되어 ‘음욕을 갖는 것도 간음이다’라는 계명대로 하면 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그래도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절제의 차이다. 최 의원의 성희롱은 충분히 짐작은 간다. 순간의 우발적 취중행위로 본다. 그리고 이런 우발적 행위는 많은 남성이 다 저지를 수 있는 요인이긴 해도, 최 의원은 절제하지 못한 점에서 응분의 책임이 돌아간다.
성희롱 상대가 여기자여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성희롱의 엄단이 필요한 것은 그 대상이 되는 여성이 자신의 아내며, 딸이며, 며느리 등인 곧 자신의 여성가족을 아울러 보호하기 위하는 데 있다. 남의 여성가족은 희롱해도 되고, 자기의 여성가족은 희롱해서 안 된다는 생각은 있을 수 없다. 뭣보다 여성을 성희롱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인간다움의 인간 가치를 제대로 형성하는 데 있다. 예전같으면 그리 대수롭지 않던 성희롱이 크게 말썽이 되는 이즈음 세태는 그만큼 인간의 인성 가치 수준이 높아졌다고 보아야 한다.
최 의원이 여론의 지탄이 수그러들기를 기다려 사퇴를 미루면 정말 아주 매장된다. 그보단 자신의 경험을 성희롱 추방의 제물로 삼는 반성과 함께 의원직 사퇴로 과감히 털고 나서 재선거에 나서는 새출발을 기하는 것이 떳떳하다. 물론 어려운 결단이긴 하다. 하지만 어려운 결단이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 최의원의 이번 사건은 본인에겐 불행하지만 남성사회엔 일깨움이 크다. 순간의 실수가 평생의 공을 무너뜨린다. 남의 일이라고 입방아만 찧을 일이 아니다./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