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곤씨의 돌연사

현대적 코미디는 근대의 희극이다. 그리고 코미디의 한 분야인 개그는 근대 희극의 한 분야인 재담이다. 이러므로 재담가는 희극배우였던 것 처럼 개그맨은 코미디언이다. 근대의 대표적 희극배우 재담가로 장소팔씨를 꼽을 수가 있다.

현대적 코미디의 대표적 개그맨으로는 김형곤씨를 꼽을 수가 있다. 육중한 몸은 오히려 그의 캐릭터화 했다. 왕년에 ‘회장님! 우리 회장님! 코너가 있었다. 재벌 회장으로 분장한 그의 연기는 웃기면서도 재치가 있었다. 그룹 사장들을 모아놓고 큰 소리 치다가도 부인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 그만 주눅이 드는 공처가 역할을 그럴싸하게 잘 해냈다.

‘공포의 삼겹살’은 그의 별명이었으며 애칭이었다. 육중한 몸과는 달리 그의 개그는 순발력이 있었고, 그 때마다 시치미를 뚝 뗀 얼굴 표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개그맨 김형곤씨 돌연사’보도는 팬들에게 충격이었다. 엊그제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마치고 사우나를 하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진단됐다. 무리한 운동량에 사우나가 가중했던 게 아닌지 모르겠다. 마흔여섯의 나이가 아깝다.

연예생활이 30년 가깝다. 코미디언으로 개그맨으로 대중을 곧 잘 웃기던 그가 일순간의 죽음으로 낙엽처럼 떨어져 갔다. 도대체 생과 사의 경계는 뭣이고 어떤 것일까, 이주일씨에 이은 김형곤씨의 죽음은 코미디계와 개그계의 손실이다.

김형곤씨의 시신이 병원에 의학 연구용으로 기증됐다는 소식은 듣는 이를 숙연케 한다. 평소의 고인 유지에 따라 유족들이 이행했다는 것이다. 의학 연구용이란 단순한 해부가 아니다. 이를 무릅쓰고 생전에 자신의 시신을 기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죽어서도 남에게 좋은 일을 했다. 인간의 죽음에 영혼이 있다면 그는 죽어서도 예의 그 웃음을 짓고 있을 것만 같다. 명복을 빈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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