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5년 프랑스 루이 15세는 러시아에 밀사를 파견했다. 이 밀사의 활약에 힘입어 프랑스·러시아 동맹조약이 체결됐다.
‘에옹 드 보우몽’(1728~1810)이 바로 그 밀사다. ‘에옹’은 밀사 때 여장 남자로 활약했다. 러시아의 조정 신료들을 뇌쇄시켰을 만큼 미모가 뛰어 났다. 루이 15세는 평소에도 그런 ‘에옹’을 총애했던 것으로 전한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영화 ‘왕의 남자’로 비유하면 프랑스판 ‘왕의 남자’였던 것 같다.
‘에옹’은 비밀 임무를 띠고 영국 런던에서 여장남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학문 또한 박식했다. ‘프랑스 외교론’ ‘조세 비교론’ ‘영국 경제사’ 등을 저술했다. 이를테면 재색(才色)을 겸비한 여장남자다. 프랑스 혁명이후 1789년 베르사이유궁전서 열린 국민의회 회의장에서 남성 선언을 하자, 남성 의원들이 “여장 그대로 있으라”는 말을 했을 정도다.
오는 4월9일 실시되는 이탈리아 총선에 여장남자가 공산당 후보로 나서 화제인 모양이다. ‘블라디미르 룩수리아’란 젊은이로 뛰어난 미모를 과시한다. 여성보다 더 아름다운 여장남자 국회의원 후보로 여성표 남성표를 양수 겸장으로 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1987년 총선 땐 포르노 여배우 ‘치치올리나’를 당선시킨 이색 전력이 있다.
성의 혼돈시대다. 국내에서도 얼른 보아서는 여성인 지 남성인 지 구분이 잘 안가는 사람을 더러 볼 때가 있다. 머리모양 옷차림새로 보아선 여성을 남성으로, 남성을 여성으로 잘못보기가 십상이다.
이런 사람들 중엔 남장여자도 있지만 여장남자가 더 많다. 여장남자의 가슴은 보통 여성보다 더 풍만하고 피부 또한 매끄뤄 보인다. 여성 호르몬을 주입하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이같은 ‘트랜스 젠더’의 전문 유흥업소들이 많다. 그 옛날 ‘에옹’의 후예들이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이다. “미친짓”이라는 비판론이 있는가 하면 “선택의 권리”라는 옹호론이 있다. 분명한 것은 타고난 성별을 거부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거역이라는 사실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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