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

우리 토종 어류의 씨를 말리면서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던 황소개구리가 70% 정도 줄었다. 환경부가 2004년 광주 오산동 황룡강 일대와 전남 나주시, 고흥군 등 5곳을 조사한 결과 20㎡내에 올챙이 수가 15.6마리 채집됐다. 이는 1994년 전북 고창군과 완주군 일대에서 20㎡ 당 평균 40마리 채집되던 것에 비해 61% 줄어든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환경부는 근친교배와 천적의 출현을 들었다. 근친교배에 따라 열성유전자를 가진 개구리가 많이 생겨 개체 수가 자연스레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또 가물치와 배스 등 대형어종과 왜가리 등 조류가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잡아 먹어 대량번식이 불가능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생태계 파괴 동물로 알려진 배스와 블루길 등 외래어종도 마찬가지다. 팔당호에 서식하는 외래어종은 ‘폭식가’인 배스와 블루길, 이스라엘잉어, 떡붕어 등 4종인데 강준치와 끄리 등 덩치 큰 토종어종이 배스의 과다번식을 막아주는 천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잉어의 알을 먹고 자란 배스 새끼들을 주변에 서식하는 끄리와 강준치가 잡아 먹어 배스 개체수를 줄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잉어 - 배스 - 끄리·강준치’ 서열의 먹이 피라미드가 형성돼 배스가 일정한 개체수를 유지하는 국내어종으로 자리잡았음을 뜻한다.

1990년대까지 배스와 블루길, 황소개구리는 자연생태계의 적(敵)으로 간주됐다. 정부가 공공근로사업으로 황소개구리 잡기에 나섰고, 환경부 장관 등이 황소개구리를 시식하는 사진을 찍어 국민에게 알리면서 퇴치에 나서기도 했다. 학계와 언론에선 이들 외래 생물이 토종어류와 양서류의 씨를 말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오늘날 이들 외래종 대부분은 천적 등 자연의 섭리에 따라 도태하거나 국내 생태계 먹이사슬 속에 순응하며 토착화했다. 이는 적절한 관리가 이뤄질 경우 이들이 더 이상 국내 생태계를 훼손할 가능성이 많지 않음을 뜻한다.

예컨대 일본에서 들여 온 떡붕어는 붕어 낚시꾼들이 선호하는 까닭에 외래어종 취급을 받지 않는다. 그러니까 외래어종이라고 무조건 배척할 게 아니라 이들을 활용할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지고 보면 외래종이 어디 물고기나 양서류 뿐인가. 식물도 외래종이 많다. 사람도 그렇다. 국제화, 지구촌 시대에 외국인을 외래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외래종도 우리 산하에서 살면 토종과 같다. 굳이 차별하거나 배척할 일이 못된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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