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아 버 지-홍춘자

나는 시 같은 얘기를 노래해야 합니다

수레 가득 신선한 세월을

낫 놓고 기억 자를 못 그려

날 것으로 여기 떨구고 간

그 사연을 노래해야 합니다

‘흰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씨제’

헤지고 결상한 그 무용담을

등잔불 그을음이

서리로 앉을 때까지

다 못한 얘기를 베개삼아 잠드시던

아비의 긴 밤을 내가

사설해야 합니다

붓 없으니 사연 적을 종이 또한

없으려니

면벽한 이녁의 등을 향하여

긴 시조를 홀로 읊으시며

그렇게 가신

이 세상엔 이제 없는 아비의 신화를

노래해야 합니다

<시인 약력> 경기 안성 출생 / 시집 ‘아버지를 견학하다’ 출간 / ‘시혼’ 동인·‘시와 시학회’ 회원 / 현재 안산 상록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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