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展 내일부터 경기문화재단 전시관

봄물 오른 연둣빛 잎새 황홀경

‘바람결따라 연한 잎새들의 황홀한 일렁임이 나를 위로해 준다’

서양화가 김건희씨(62·안성시 대덕면 삼한리)의 작품도록 ‘한여름’에 담긴 구절이다. 봄을 향해 내달리는 요즘 산천은 새로운 싹을 틔우기 위해 몸부림중이다. 푸른 수풀이 우거진 가운데 나무 세그루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한여름’은 작가의 심금을 울린 자연의 순연한 모습이다.

소나무와 꽃을 시원스레 담아내는 작가. 스케치하듯 거침 없이 그려내는 작가. 작품 하나하나마다 공력이 실려 예사롭지 않은 기를 품어낸다.

김건희씨가 22일부터 31일까지 수원 경기문화재단 2층 전시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굵은 밑둥에 쭉쭉 뻗은 ‘금강송’과 해풍을 맞아 더욱 견고한 거제도 대포항의 ‘팽나무’, 시원하고 직선적인 ‘낙낙장송’ 등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작업에 매진하기 위해 지난 98년 안성에 작업장을 마련한 후 목도한 ‘붓꽃’과 ‘엉겅퀴’, ‘나리’ 등도 색다른 느낌으로 선보인다. 작품 ‘나리’는 착한 누이를 연상케 한다. 노랗고 붉은 꽃잎은 수줍지만 활짝 폈다. 물결치듯 펼쳐진 배경과 어우러져 판화 같은 분위기도 연출했다.

앙코르왓 스케치 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 창밖 새벽 하늘에서 영감을 얻은 ‘구름속 하늘 1·2’는 경이로움을 바라보는 맑은 시선을 솔직히 담아냈다.

높고 낮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하롱베이 풍광과 꽃 등을 소재로 한 드로잉 시리즈도 색다른 느낌이다.

80~90년대 민족미술진영에서 제1세대로 활동했던 그는 정신대 문제를 다룬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란 전시(94년)를 열기도 했다.

성완경 인하대 교수(미술 평론가)는 “김건희의 그림은 슥슥 그리는 드로잉의 행복, 유화 물감과 테레핀 냄새의 행복 등이 느껴진다”며 “최근 작품은 성글성글한 맛이 여전하면서도 차츰 소재가 윤기를 띠고 빛을 발하는 느낌을 받는데, 이는 삶의 공력이 높아지고 비슷한 소재를 더 자주 그리고 관찰하는데서 오는 윤기”라고 평했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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