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의 ‘꿈’

한국야구가 돌풍을 일으킨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4년마다 열린다. 당초 지난해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준비 과정이 소홀했고 또 미국의 일방적인 주도 탓에 1년을 연기, 올해 개막됐다. 1회 대회는 1년 늦었지만 2회 대회는 이미 2009년으로 정해진 상태이며 이후엔 4년 주기가 적용된다.

메이저리거를 포함, 사상 처음으로 전세계의 프로가 참가한 국가대항전 WBC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의 당초 목표는 8강 진출이었다.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아테네 올림픽 지역예선)에서 대만에 역전패했던 한국은 우선 대만을 설욕하는 데 WBC의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지역예선(1차 라운드)에서 일본을 꺾고 1위를 차지했고 6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4강까지 순항했다. 비록 준결승에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지만 경기력에선 4강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일 간의 숙명의 라이벌전에서 한 번을 이긴 일본이 두 번을 이긴 한국을 따돌리고 결승에 오른 것은 희한한 대진 탓이었다. 한국은 1회 WBC에서 일본과 1차 라운드(지역예선), 2차 라운드, 그리고 준결승 등 3차례 맞붙었다. 1, 2차 라운드에서 대결한 것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준결승에서 또 맞붙은 건 문제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 멕시코와 함께 2차 라운드 1조다. 한국이 1조 1위, 일본이 1조 2위다.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에선 ‘크로스 매치’가 관례다. 그런데 이번은 같은 조 1, 2위끼리 준결승을 치렀다. 도대체 말이 안 된다. 상식 이하의 엉터리 대진 일정은 미국을 위해서 고안됐다. 미국이 도미니카공화국, 쿠바 등 2조 소속의 우승후보들을 피해 결승까지 무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물론 1차 라운드부터 2차 라운드까지의 조 편성 또한 미국이 유리하도록 이뤄졌다.

파죽의 6연승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김인식 감독은 “일곱 번 치른 경기에서 단 한 번 졌지만 패한 것은 패한 것”이라며 패배를 인정했지만, 그러나 ‘한국야구의 꿈’은 지금 이 순간에도 푸르게 푸르게 무럭무럭 자란다. 노련한 선수들은 더욱 노련하게, 패기 넘치는 선수들은 더욱 패기 넘치게 2009년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코리아를 빛낼 영웅들이다. 3년 뒤엔 더욱 기량이 무르익어 결승 진출은 물론 우승의 감격을 대한민국에 선사할 기대주들이다. 한국을 세계 만방에 빛낸 야구 영웅들이 정말 훌륭하다. 눈물겹게 고맙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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