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정비 필요하다

여기자 성 추행을 저지르고도 국회의원직에 연연하는 최연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행태를 보면 국회법을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집 불태우느냐’는 이론이 없지 않지만 국회의원이 중대한 실수를 하더라도 ‘직무 관련성’이 없으면 현행법상 의원직을 제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 등 야 4당이 최연희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아 사퇴권고결의안을 공동발의키로 했지만 강제력이 없을 뿐 아니라 의원직 제명안을 발동한다 해도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현행 국회법은 윤리특별위원회 징계심사에서 제명 징계안이 통과된 뒤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제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 의원 같은 경우 국회 활동과 무관한 성추행이어서 ‘징계심사’가 아닌 ‘윤리심사’에 회부되기 때문에 징계 자체도 성립이 안 된다. 또 사퇴권고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의원직 사퇴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사퇴권고결의안은 일반 결의안 형태를 띠고 있어 정치적 의미 이외에 실질적 제명은 힘들다.

‘윤리심사’와 ‘징계심사’로 이원화돼 있는 윤리특별위원회의 특성상 국민적 공분의 대상인 성추행 사건 등의 처벌 수위는 ‘위반사실 통고’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어 국민의 법감정과 크게 괴리돼 있다. 따라서 징계심사와 윤리심사로 나누어진 심사를 직무와 관계 없이 사안의 경중에 따라 심사하는 방식으로 통합해야 한다.

과거 유신정권을 비방한 김영삼 신민당 총재를 제명하는 등 야당탄압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에는 ‘직무 관련성’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필요했지만, 그러나 16대까지 윤리특위 심사 자체가 단 한 건도 이뤄진 적이 없었다는 점을 비춰 볼 때 이제는 국회의원들의 ‘제식구 감싸기’ 관행은 고쳐져야 한다.

비단 최 의원의 성추행 사례 만이 아니다. 앞으로 국회의원이 연관된 무슨 해괴한 일이 발생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국회의원의 징계사유에 반인권, 반여성적 행동을 포함시켜야 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시작한 ‘국회 자정 결의 촉구’ 국민청원운동이 호응을 받는 이유다. 여론에 밀려 마지 못해 손대지 말고 국회가 스스로 국회법을 정비해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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