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훈수

바둑의 세계 인구가 점점 늘어간다. 중앙아시아와 서구 등지까지 파급됐다. 그렇지만 한국·중국·일본이 역시 바둑 강국이다. 대만에도 보급됐지만 기력이 아주 약하다.

이 때문에 세계 타이틀을 건 바둑대회가 열려도 한·중·일 선수들만이 참가하는 삼개국대회가 된다. ‘바둑삼국시대’는 상당기간 더 계속될 것이다.

‘바둑삼국’ 중에서도 프로바둑이 맨 처음 생긴 곳은 일본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막부(幕府)를 연 에도(江戶)시대 부터니까 약 400년이 된다. 한국이나 중국은 바둑이 있었어도 친선이나 오락으로 두었던 데 비해 일본은 주로 내기바둑을 두어 프로바둑의 발달을 가져왔다.

그런데 ‘장기 훈수는 뺨 맞아가면서 한다’는 속담처럼 바둑 역시 핀잔을 들어가면서도 곧 잘 훈수를 하기 마련이다. 바둑판 두께가 보통 다섯 치쯤 되는 바둑판 뒤엔 움푹 파인 대목이 있다. 흔히 보통으로 보지만 일본에서 전해진 무서운 유래가 있다. 일본 사람들은 이를 ‘혈유’(血溜)라고 하는데, 내기 바둑판에서 훈수꾼이 있으면 목을 베어 무효가 돼 뒤엎은 바둑판 혈유에 머리를 올려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일본의 내기 바둑꾼은 주로 사무라이 계층이었던 것 같다.

바둑두면서 점심시간도 감시 당하는 프로대회가 나왔다. 오는 5월에 열리는 제11기 LG배 세계바둑대회가 이러하다. 제한 시간이 각각 3시간씩 주어지는 바둑을 두다가 점심을 먹게 되는데, 이 점심시간에 훈수하는 폐단이 있을 우려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바둑에 도가 트인 프로기사들이라 한 두 마디 말에도 이내 판세가 달라질 수 있고, 상금이 수천만원에서 억대이고 보면 이도 일리가 없지 않다. 따라서 점심시간이 되면 참가 선수가 밥먹는 자리에 상대 선수측의 감시원을 배치, 바둑에 관한 얘기는 일절 금기로 삼는 새로운 규칙이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아마 바둑 또한 일수불퇴의 냉엄한 승부로 가는 경향이 많은데, 프로바둑의 그같은 ‘점심감독’은 아마 바둑에도 다소간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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