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라치’는 소리를 내며 성가시게 날아드는 벌레를 칭하는 이탈리아 말이다. 원래 연예인 사진을 몰래 찍어 언론사 등에 파는 사람들을 뜻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포상금을 노린 신고꾼으로 통용된다. 그래서 전문 파파라치들까지 생겨났다. 이들을 교육하는 학원과 인터넷카페까지 등장할 정도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물론 공공기관과 기업까지 경쟁적으로 수십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신고포상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파파라치를 양산하는 포상금제도를 가장 많이 생산한 곳은 건설교통부다.
파파라치의 명칭도 각양각색이다. 최근 건교부가 판교신도시 등 아파트를 불법전매하거나 이를 알선한 자를 신고할 경우 최고 1천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키로 해 ‘아파라치’가 생겼다. 신고꾼 가운데 포상금 액수가 가장 큰 종목은 선거 부정을 고발하는 ’선파라치’다. 법무부는 선거범죄를 신고하면 최고 5억원을 준다. 손해보험협회는 임직원 비리를 신고하면 3억원을 준다. 특이한 파파라치들도 적지 않다. 노파라치(노래방 불법영업), 병파라치(병역비리), 봉파라치(쓰레기 봉투), 컵파라치(일회용컵) 등 모두 60종류에 이른다.
신고포상금제는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음지를 시민의 힘으로 정화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카파라치가 대표적이다. 월드컵축구대회를 앞두고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포상금을 지급하는 카파라치 제도를 2001년 도입했다가 시민간 불신감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어 2003년 폐지했다. 하지만 폐지 후 감소하는 듯했던 신호위반, 차선위반이 다시 늘기 시작하는 요요현상을 보였다.
토파라치나 아파라치를 하려면 위반자의 거주여부와 전입여부를 알기 위해 주민등록등본, 토지대장등본 등 각종 서류를 떼 봐야 한다.
휴대전화 불법복제, 의료보험 허위 청구, 전선절도 등 각종 부정을 적발한다는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의 얼굴과 음성을 허가 없이 촬영하는 것도 적절치 못한 짓이다. 국민 모두가 법에 어긋난 행위를 하지 않으면 60종류의 파파라치가 필요 없겠으나 포상금으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이다. 그렇긴 하나 선파라치들이 총동원돼서라도 ‘5·31 지방선거’는 깨끗하게 치러져야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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