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와 생강나무꽃은 비슷하게 생긴 노란 꽃이지만 꽃, 잎, 줄기가 모두 다르다. 산수유는 꽃자루가 길어서 꽃이 위로 모여 피지만, 생강나무는 가지에 꽃이 붙다시피 해서 핀다. 산수유 줄기는 벗겨져 지저분하게 보이지만, 생강나무 줄기는 매끈하고, 꺾거나 일을 자르면 생강냄새가 난다.
매화와 배꽃은 꽃 색깔도 흰색, 꽃잎 수도 5장으로 똑 같다. 구분 포인트는 꽃자루다. 꽃자루가 짧아 줄기에 꽃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매화, 꽃자루가 길어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면 배꽃이다. 배꽃이 매화보다 조금 크다.
양지꽃과 피나물꽃은 노란꽃이다. 꽃잎 수로 구분하는데 양지꽃은 5장, 피나물꽃은 4장이다. 양지꽃은 들판의 양지바른 곳에 자라고 피나물은 깊은 산 속 습기 많은 곳에 자란다.
피나물과 비슷하게 생긴 꽃으로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애기똥풀꽃이다. 피나물은 잎, 줄기를 자르면 피같은 붉은 즙이 나오고, 애기똥풀은 애기똥 같은 노란 즙이 나온다.
유채꽃은 제주도의 명물이다. 요즘은 전국 여러곳에서 재배하고 있지만 특히 제주도 성산포 일출봉 앞에는 한해 내내 유채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한 곳들이 많다. 그러나 사실은 배추꽃인 경우가 많다. 유채는 봄꽃이다. 유채꽃과 배추꽃은 전문가들도 구분하기 힘들 만큼 닮았다. 잎을 보지 않고서는 잘 모른다. 뿌리쪽 잎이 크고 발달해 있으면 배추꽃, 줄기쪽 잎이 함께 발달했으면 유채꽃이다.
“살구꽃 휘장에 날아들어 봄날 흩어지는 밤 / 밝은 달 창문으로 들어와 은둔자를 찾누나 / 옷자락 올리고 달 아래 꽃 그림자 밟으니 / 반짝반짝 시냇물에 부평초 넘실댄다 / 꽃 아래서 술 따르니 맑은 향 퍼지는데 / 어찌 긴 가지 잡아당겨 / 향설 꽃잎 잔 속에 떨구랴 / 산마을 멀건 술이 떨떠름하긴 해도 / 그대여 잔에 뜬 달까지 다 마시게나 / 퉁소 소리 끊기고 달만 휘영청한데 / 오직 걱정은 달 지고 술잔 비는 일 / 내일 아침 강한 봄바람이 몰아치면 / 푸른 잎 사이에 붉은 꽃 몇 점만 붙어 있는 걸 보게 되리” 소동파(蘇東坡)의 시 ‘달밤에 손님과 함께 살구꽃 아래 술을 마시며’를 가슴에 새기면 술이 생각나고 정인(情人)이 떠오른다. 산수유꽃과 생강나무꽃이 비슷하듯 모든 꽃은 서로 닮았다. 도화(桃花)인지 행화(杏花)인지 이화(梨花)인지 매화(梅花)인지 분간을 못하게 온갖 꽃들이 어울려 피어나는 바야흐로 봄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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