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공간 눈’ 이색전시회

일부러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미술분야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작가의 창작성은 변함 없지만 접근하는 방법은 한층 간편해진 것이 사실이다. 목판화같이 직접 조각칼로 나무를 파는 육체노동이 있는가 하면 디지털 카메라처럼 누구나 쉽게 한 장의 사진을 만들 수도 있다.

‘대안공간 눈(관장 이윤숙)’은 좀더 복잡한, 어쩌면 번거로운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전시를 마련했다.

열과 압축을 통해 재료를 염색하는 펠트(felt)작업과 고전적 방법으로 사진을 인화하는 시아노타입 사진전이 그것이다.

▲임하영씨의 ‘꽃들의 초대전’은 꽃을 소재로 한 섬유미술을 선보인다. 펠트는 양털 등 짐승의 털에 습기와 열을 가한 후 눌러 두꺼운 모양을 만들고, 원하는 형태로 몇 겹을 쌓아올려 둥그렇게 말아서 두드린다. 두께가 높을 때는 20cm이며, 이것을 2~3cm의 얇은 펠트로 만든다. 복잡한 과정도 그렇지만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간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 아니다.

이번 전시는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수채화물감에 물을 먹인 작품처럼 부드러운 느낌의 꽃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또 빨강, 초록, 파랑, 흑색에 차례로 담긴 모란꽃은 먹빛의 느낌을 준다.

▲안성 한경대 디자인학부생 이연수 외 22명은 ‘사진+Blue, Cyanotype전’을 연다. 촬영부터 인화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디지털 카메라를 거부하고, 필름사진작업을 추구한다.

여기다 기존 필름작업보다 더 보수적인 대체기법의 하나인 시아노타입(Cyanotype)을 선택했다. 시아노타입은 염화철을 감광유제로 해서 이미지를 만든다. 인화지가 아닌 천연펄프용지나 천 등에 유제를 바르면 붓 터치가 가능하며, 블루의 단색톤이 탄생한다.

깊이 있는 색감이 마치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보는듯 하다. 박미연씨는 골목길의 풍경을, 고연정씨는 탐스러운 장미를 담았다. 전시는 4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한편 8일부터 대안공간 눈 체험학습실에서 도예강좌를 연다. 도예가 곽규진씨가 강사로 참여하며, 매주 목·토요일반(오후 2~4시)을 운영한다. 월 참가비는 5만원. 문의 (031) 244-4519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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