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생활을 하는 장병들에게 가장 기다려지는 소식은 아무래도 애인의 편지다. 애인이 없는 장병들은 여자친구에게서 엽서만 와도 요즘말로 ‘기분 짱’이다. 어머니의 편지나 가족들이 보내 온 편지 또한 반갑지만 그래도 애인이 보낸 편지는 읽고 또 읽어본다. 그런데 어떤 여성은 군대에 있는 애인에게 이별을 선언하는 편지를 보낸다. 이런 편지는 사형선언문이나 다름 없다. 탈영이나 자살을 권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애인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까봐’ 걱정하는 장병에게 보내는 이별 통지는 사약이다. 설령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어도 휴가를 나왔을 때 직접 고백해야지 편지나 전화로 알리는 것은 잔인하다. 애인 있는 청년들이 군 입대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애인의 변심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육군 제20사단 예하 백마부대가 최근 들어 사회에 애인을 두고 온 장병들이 군복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애인 상담제’를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 애인상담병을 배치하고 커플멤버십제도를 운영하는 등 장병들이 전역할 때까지 ‘곰신’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는 소식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곰신’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고무신’의 줄인 말로, 군에 간 남자친구를 둔 여성을 일컫는다. ‘애인 상담제’ 가운데 커플멤버십제도는, 애인이 있는 병사들의 명부를 만들어 상담병이 기록을 관리하는 일인데 눈에 띄는 것은 아무리 늦은 밤이라도 애인이 직접 부대에 전화를 걸면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한 ‘사랑의 전화’다. 이른 바 ‘위기의 시기’에 의사소통이 되지 못한다면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상황을 초래할 수 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약 인터넷사용제도 있다. 신세대 장병들인데도 대대 인터넷이 4대로 한정돼 있어 사용하기 어려웁지만 예약제를 이용하면 주기적으로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 등을 관리해 애인과의 연결통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인의 생일에 외박을 허용하는 제도도 있고, ‘애인과 헤어지고 난 후 군 생활’ ‘군 생활 중 애인관리 기법’을 주제로 한 ‘애인관리 기법 향상 세미나’도 열어 장병들의 호응을 받는다고 한다.
장병들의 ‘곰신’관리도 해준다니 병영생활이 점점 좋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애인들이여, 헤어지지 말라.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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