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미국 대통령들의 거짓말 사례는 거의 일반적이다. 역대 미대통령의 거짓말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린든 B 존슨 대통령의 이른바 ‘통킹만 사건’ 거짓말이다. 존슨 대통령은 1964년 8월 4일 미군 구축함 2척이 통킹만에서 월맹군의 어뢰 공격을 받았다면서 북폭을 명령했다. 그러나 존슨 대통령은 자신의 명령 10시간 전 문제의 구축함 2척 중 한 척의 함장이 어뢰공격 사실에 대해 ‘의심스럽다’고 전문을 보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심지어 북폭명령 30분 전까지도 미 국방부는 어뢰공격을 확인하려 결사적으로 매달렸다는 사실이 2003년 6월 녹음 테이프 등을 통해 드러났다. 미국이 월남전 명분으로 삼았던 통킹만 사건은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언급,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피그만 사건 개입 부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U2 정찰기 격추 부인, 빌 클린턴 섹스 스캔들 부인 등은 대표적인 대통령 거짓말 사례다.

미 대통령들의 거짓말 이유는 군사적인 경우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정치적인 것이 많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처럼 대통령의 거짓말이 군사적 이유일 때는 용납되지만, 정치적일 때는 신뢰도 문제 때문에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존슨 대통령은 통킹만 사건으로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어 재선을 포기해야만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렀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위해 정보를 단순히 과장한 수준을 넘어 거짓말을 했다는 게 논란의 요체였다. 대표적인 예로 2002년 10월 7일 “이라크가 생화학 무기를 보유·생산하고 있으며 핵무기를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과 2003년 2월 28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당시 대통령이 지역 사령관들에게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라크에서 생화학 무기가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이라크군이 미군에게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

거짓말의 대안은 진실을 말하거나 필요하다면 침묵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물론 한국의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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