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대선 막바지에서 이른바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한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 지지를 전격 철회했을 때다. 다급해진 노무현이 정몽준 집엘 찾아갔으나 만나기는 커녕 문전축객을 당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물론이고 당도 ‘당선’은 따놓은 ‘당상’으로 여기고 느긋했다. 이에 비해 노무현 캠프에서는 막바지 불꽃에 박차를 가한 것이 인터넷이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넋 놓고 있는 새에 일제히 역공을 가한 인터넷 활동으로 정몽준의 지지 철회를 되레 전화위복으로 만들어 당선될 수가 있었다.
이래 저래 인터넷 덕을 많이 본 탓으로 인터넷 신문도 무척 좋아하는 노 대통령은 계속 인터넷을 애용한다. 댓글 달기를 좋아해 외국 순방길에서도 댓글을 달 정도다.
이 바람에 정부 부처에서 국정브리핑에 댓글경쟁 풍조가 생겨 댓글을 얼마나 많이 올렸는가를 부처별로 평가한다는 말이 들린다. 특히 대통령이 마음에 드는 댓글이 있으면 그가 누구인가를 하문한다니 공무원들로서는 신경이 여간 쓰이는 일이 아니다.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본연의 일보단 구렁이 제몸 추스르는 식의 ‘신용비어천가’ 작사에 골몰해야 할 판이니 요지경속이다.
정보화시대다. 인터넷도 좋고 댓글도 좋다. 이도 여론이라면 여론이다. 그러나 충동여론은 깜짝쇼다. 이런 방법으로 선거에서 덕을 보긴 했지만 5년의 임기를 놓고 나라를 다스리는 일엔 충동여론이나 깜짝쇼로는 한계가 있다.
2003년 노 대통령 신년 인터뷰에서 “시정 잡배들의 쇄설에 괘념치 마시고 성군이 되시옵소서”라고 극구 찬양했다. 이랬던 도올 김용옥 순천대 교수가 지난 3월엔 SBS 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새만금 개발문제를 두고 대통령을 가리켜 “자격도 없고 영원히 저주받을 사람”이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도올도 이러한 데 하물며 인터넷 민심이야, 인터넷이나 댓글을 잘못 좋아하다가는 역풍의 부메랑을 맞을 수가 있다.
감각적인 것을 너무 좋아하는 것은 오성(悟性)이 아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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