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는 세계적인 희귀식물이다. 한국특산종으로 식물학상 또는 관상용으로 매우 귀중하다. 언뜻 개나리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흰색의 꽃이 앙증맞고 향기가 난다. 또 옅은 분홍색이나 상아색을 띤 품종도 있어 은근한 한국적 아름다움을 풍긴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미선나무란 이름은 열매 모양이 전래동화 속 선녀들이 지닌 둥근부채(미선·尾扇)와 비슷하다는 데서 유래했다. 개나리보다 열흘쯤 이른 3월부터 꽃을 피운다.
충북 진천·괴산·영동과 전북 부안의 산기슭과 석회암 돌무더기 지대에서 자란다. 다른 나무들과의 경쟁을 피해 척박한 돌밭에서만 산다고 설명되기도 한다. ‘조선육도목’이란 별칭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거엔 전국에 분포했던 것 같다.
미선나무는 일본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이 1919년 충북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에서 처음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 발견지는 천연기념물 제14호로 지정됐으나 사람들이 꺾어가고 캐어가는 바람에 완전히 훼손돼 1969년 해제됐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 자생지는 충북 괴산의 송덕리· 추점리· 율지리 등 3곳, 영동읍 매천리와 전북 부안군 변산면 중계·청림리에 각각 1곳 등 모두 5곳인데 이달 초 충북 진천군 초평면 금곡리의 농경지와 인접한 야산에서 동북아식물연구소(소장 현준오)와 한국교사식물연구회(회장 권희정) 조사단이 탐스럽게 꽃을 피운 미선나무 군락지를 발견했다.
가파른 야산 중턱에 키 1~2m의 미선나무들이 헤치고 나가기 힘들만큼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데 흰색 또는 분홍색꽃을 단 새 가지와 둥근 열매를 매단 지난해 가지들이 섞여 있어 가경(佳景)이라고 한다, 이런 군락이 산비탈 약 1㎞ 범위에서 5~6군데나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다른 지역의 미선나무 자생지보다 학술적 보호가치가 크다. 특히 미선나무가 최초로 학계에 보고된 곳과 인접한 장소에서 자생지가 발견돼 의미도 깊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을 꺼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유지 개발이나 산불 발생을 생각하면 지정이 나을 것 같지만, 외부로 알려질 경우 벌채꾼의 손을 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환경부나 산림청의 ‘보호구역’ 지정이라도 필요하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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