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족’

공천장사로 말썽이된 한나라당 김덕룡, 박성범 의원의 돈거래 당사자는 부인들이다. 수차에 걸쳐 김 의원에게 들어갔다는 4억4천만원도, 케이크 상자에 든 미화 21만달러를 박 의원이 받았다는 것도 모두 그의 부인이다. 박 의원 부인은 이밖에도 모피 코트와 명품 핸드백 등을 덤으로 얹혀 받았다.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의 검은 돈 뒷거래에 으례 등장하는 것이 ‘사모님’으로 불리우는 부인이다. 남편되는 사람의 한결같은 뒷얘긴 자기는 몰랐다는 것이지만 말이 안된다.

옛 이야기 중엔 아내의 내조로 남편을 반듯하게 출세시킨 이야기가 많은데 현 이야기 중엔 아내가 남편을 망친 이야기가 많다.

제(齊)나라 재상 안자(晏子)는 유능하면서도 청렴결백하여 치세의 사표로 사기에 꼽히는 사람이다. 안자의 아내도 어질었지만 그의 마부 아내 또한 그랬던 것 같다.

한날 안자를 마차에 태워 퇴청시킨 마부가 집에 돌아와보니 아내가 짐을 싸고 있는 것이었다. 영문을 몰라 물은 남편의 말에 아내의 대답은 “당신같은 사람과는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아내의 말은 이러했다. 정작 마차를 탄 재상은 조용히 눈을 감고 사색에 잠긴 표정인데, 마차를 모는 남편은 온갖 거드림을 피우는 모양새가 제대로 된 남편같지 않아 같이 못산다는 것이다. 요즘 말로하면 어울리지도 않은 폼을 쟀다할까, 마부는 아내의 말에 자신의 용렬함을 크게 깨달았다는 고사가 있다.

사모님 같지 않은 ‘사모님’을 가리켜 남편이 중사면 아내는 상사고, 남편이 대령이면 아내는 준장이고, 남편이 과장이면 아내는 국장이다라는 속설이 있었다.

남편을 망치는 ‘사모님족’의 아내는 그 옛날 마부의 아내보단 못한 사람들이다.

어찌 김·박 의원 두 사람만이겠는가, 사과상자 케이크 상자 좋아한 ‘사모님족’들의 검은 돈 뒷거래 얘기가 앞으로도 심심찮게 나올 것만 같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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