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비스킷

4조5천억원 가운데 1천억원의 수치 개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는지, 아무튼 45분의 1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대주주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되판 양도차익 4조5천억원중 1천억원을 한국사회발전기금으로 기부하겠다고 재경부에 통고했다. 또 7천250억원은 말썽이 된 세금추징의 과세 논란이 끝날 때까지 국내 은행에 예치해 두겠다고 했다. 론스타가 4조5천억원의 양도차익을 챙긴 것은 고작 3년 사이다. 불과 3년 사이에 외환은행을 사고 팔면서 그같은 엄청난 돈을 번 것이다. 정작, 미운것은 때린 시어머니(차액을 남기고 되파는 론스타)보단 말리는 시누이(과세에 나선 한국정부)다.

론스타가 양도차익에 큰 폭리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원래 살 때 싸게 샀기 때문이다. 그리고 싸게 판 배후에는 국내 관련 인사들이 주동이 됐다. 덜 부실 은행인 것을 심한 부실 은행인 것처럼 감정을 조작해 헐값으로 넘겼던 것이다. 정부 당국과 금융권의 책임이 크다.

외국계 펀드야 장삿속이니까 싸게 사려고 하는 게 당연하다손 치더라도 국민의 울화통을 치밀게 하는 것은 정부 당국과 금융권 인사들의 국부 유출이다. 이래놓곤 아직도 큰 소릴 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있으니 정말 사람 환장할 노릇이다.

다른 얘기로 현대차도 그렇다. 20억원의 뇌물을 주고 550억원의 공적자금 빚을 탕감받았다. 떼인 공적자금 92조원의 행방을 궁금해했더니 이런 식으로 증발됐던 것 같다.

다시 은행 얘기로 돌아와 뉴브리지캐피털은 제일은행을 샀던 회사다. 이 회사가 지난해 제일은행을 되판 이익금 1조1천500억원중 200억원의 기부금을 낸 적이 있다. 외환은행을 되판 론스타는 이같은 뉴브리지캐피털의 전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4조5천억원 중 1천억원은 그야말로 코끼리 먹이의 비스킷 부스러기와 다름이 없다. 큰 국부를 유출해 놓고 그들이 던져주는 비스킷 부스러기나 받아 먹어야 하는 건지, 실로 이 정권의 도덕성 해이가 극심하다. 이 사회에 정의가 살아있지 못하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게 다 부도덕한 이 정권의 책임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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