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진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폭로(?)한 이른바 ‘이명박 서울시장의 별장모임’은 몇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선 ‘별장모임’이 있었던 시기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이명박 시장측, 선병석 전 서울테니스협회장의 주장이 서로 엇갈린다. 우리당은 선 전 회장을 직접 만났던 안민석 의원의 말을 빌려 “모임 시기가 2003년 10월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이 시장측의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모임은 2004년 7월 한 차례로 안다”고 말했다. ‘분명하다’가 아니라 ‘안다’인데 선 전 회장은 기자들에게 처음엔 “쌀쌀했던 초가을로 2004년 10월”이었다고 말했다가 “서울시 말이 맞을 것”이라며 2004년 7월로 정정했다.

2003년 10월과 2004년10월은 별 차이가 없지만, 7월과 10월은 계절이 다르고 복장이 다르다. 사생활을 위하여 비공식 일정은 밝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장이든 도지사이든 행사명과 행선지를 기록하는 ‘비서실 일지’를 확인하면 금방 알게될 일이다.

참석자 규모와 여성 참석자 수가 다른 것도 이상하다. 우리당은 “남성과 여성 5명이 참석했다. 이 중 여성은 모 대학 성악과 강사와 선 전 회장과 함께 온 젊은 여성들”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시장측은 “20여명의 동호인들이 참석했고, 이 중 일부 여성 회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선 전 회장은 “14~15명의 동호인이 있었고, 4~5명의 여성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미상불 헷갈린다.

김한길 대표가 “경악할 만한 비리”라고 표현한 것에 대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그러나 우리당은 “검찰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한길 의원은 화제작 ‘여자의 남자’를 쓴 소설가다. ‘정치 기획의 황태자’, ‘김대중·노무현 두 정권을 세우고 유지하는데 탁월한 지략을 발휘한 ‘환승(換乘)의 달인’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김 의원은 1996년에 출간한 자신의 저서 ‘김한길의 세상 읽기’에서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는 플라톤의 명언을 뒤틀어 ‘정치적 인간은 짐승인가’라고 물었다. ‘독설은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고 했는데, 김 의원이 예고한 ‘별장 파티’가 허구의 소설인지 경악할 진실인지 궁금하다. ‘정치는 요지경 속’이라는 말에 재삼 공감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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