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여교사와 결혼하려면서 장인될 분에게 방송인이라고 했다. 코미디언이라고 하면 반대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TV에 안 나오느냐는 처가 될 집 어른들의 질문에 서울 등 수도권에만 나오는 방송국이라고 했다. 김병조씨가 무명시절의 얘기다.
MBC-TV에서 그는 마침내 간판격 코미디언으로 떠 전성기를 누렸다. 어린이 프로의 짓궂은 ‘뽀병이’역에서 노역의 서당 훈장역까지 다양다채로운 배역을 섭렵했다.
수입이 좋아 돈도 꽤 많이 모아 신혼의 가난에서 탈출하였지만 그는 방송가에서 알아주는 짠돌이다. 월급주는 자가용승용차 기사 자릴 남 주기가 아까워 싫다는 동생을 데려다가 쓰는데, 차는 고물차인데도 바꿀 줄 모를만큼 짰다. 한 번은 차가 중앙청 앞에서 갑자기 꺼진 시동이 걸리지 않아 그 복잡한 거리에서 차를 밀어대야 했다. 방송 스타의 차가 그 모양인 것을 본 교통경찰관이 어이없어 했다. 전남 장성이 고향으로 전라도 사투리 쓰기를 거리낌없이 한다. “허평태평 쓰면 아무리 벌어도 소용없으라우…” 짠돌이의 변이다.
코미디대본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에서 옛 고문(古文)을 내는 것은 단골이었다. 한시(漢詩)나 한문 잠언(箴言)을 인용하는 대본은 그의 전문이었다. 집엔 고서(古書) 등을 닥치는대로 모아두고 문헌 속에서 시간을 보내기가 일쑤다. 심지어는 족보도 자기 집 족보, 남의 집 족보를 가리지 않고 갖다놓고 보학(譜學)에 열중하곤 했다. “집에 있으면 저런 것만 들여다 본다”는 게 그 무렵 부인의 말이다.
김병조씨가 오늘 아침 (사)경기언론인클럽이 호텔 캐슬 다이아몬드홀서 갖는 조찬포럼에서 ‘명심보감으로 본 현대정치’를 강연 제목으로 삼은 것은 그 다운 해학이다.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익힌 그로썬 명심보감은 달달 외울 것이다.
현대 지성인으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옛 문헌 탐독을 고집스럽게 우기더니 조선대 사회교육원 초빙교수로 대학 강단에 섰다.
/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